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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공유형 모기지'는 100만원짜리 월세?

김경원 기자I 2013.09.05 07:02:08

2억원 대출받아 집 사면 20년간 월 100만원 상환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서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김유정(35)씨는 최근 ‘수익공유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로 내 집 마련에 나서보려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김씨는 정부가 모기지로 2억원까지 대출해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전세 보증금 1억5000만원에다 2억원을 대출받으면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설렌 시간도 오래 가지 않았다. 신모기지 상품을 꼼꼼하게 따져보니 원리금으로 20년간 매달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상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부는 8·28 전·월세 대책을 통해 도입하기로 한 수익 공유형과 손익 공유형 등 2가지 모기지 상품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국민주택기금 총괄수탁은행으로 관련 상품을 10월 초부터 판매할 우리은행에는 가입 대상과 신청 기간 등을 묻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집값의 최대 70%까지 지원한다. 주택을 매각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매각 차익이 발생하면 차익의 일부를 주택기금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 기본형 금리(2.6~3.4%)보다 낮은 1.5%의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시세 차익을 공유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때 대출금은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1년이나 3년 거치) 조건이다.

그런데 거치기간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계산해 본 결과, 김씨처럼 수익 공유형 모기지로 2억원을 지원받았을 때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은 20년간 매달 96만5091만원에 달했다. 즉 김씨는 55세 될 때까지 10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에 사는 셈이다.

김씨가 3억원대 아파트는 포기하고 경기도나 인천으로 이사한다는 조건으로 1억원을 대출받더라도 55세까지 매달 48만2545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김씨는 “정부가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살라고 권유하는 것 같다”며 “전세로 살지 20년간 대출금을 갚으며 살지 고민”이라고 푸념했다.

수익 공유형과 함께 선보일 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구조가 조금 다르다. 손익 공유형은 주택기금이 집값의 최대 40%까지 1~2%의 지분 성격의 모기지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초기 5년간은 1%, 6년차부터는 2%의 지분 임대료를 내고 20년 만기 때 일시 상환하면 된다.

이때 최대 2억원을 지원받으려면 5억원짜리 주택을 사야 한다. 김씨(자기자본 1억5000만원)는 손익 공유형을 받더라도 최대 6000만원을 지원받아 2억1000만원짜리 주택을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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