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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 태양광 '독' 아닌 '득'…모델링이 관건"

경계영 기자I 2022.01.01 06:00:01

[그린체인지 현장을 가다]
남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②
윤성 엔벨롭스 대표 인터뷰
농작물 위 패널, 건조·폭염 피해 완화
AI 기반 시스템으로 작물 맞춤형 설계
밭 작물서 과수·화훼까지 분석 대상 확대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해외에선 영농형 태양광이 기후변화 적응 시스템으로 주목받습니다. 농가에 추가 수익을 안기는 것은 물론 농지의 수분 증발, 폭염 피해 등을 줄여 농작물 수확량을 늘릴 수도 있어섭니다.”

윤성(사진) 엔벨롭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작물 맞춤형 모델링은 영농형 태양광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엔벨롭스는 개발도상국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기후대응 개발 사업을 하는 전문 스타트업이다. 녹색기후기금(GCF) 지원을 승인받고 민간부문에서의 자금 조달을 마쳤으며 오는 3월께 피지 오발라우 섬에 4MWp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영농형 태양광 부지에서 재배할 작물은 타로로 정했다.

단순히 태양광을 설치하는 데서 나아가 엔벨롭스는 머신러닝 기반 ‘영농형 태양광 발전량’과 작물생산 예측 모델링 시스템인 ‘영농형 태양광 시뮬레이터’(AVS)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영농형 태양광 전력량과 작물 생산량 통합 예측 모델링을 기반으로 태양광 시스템 디자인을 설계하고 적합한 작물을 선정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이미 시험 버전은 개발을 완료했고 내년 최종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특허도 출원했다.

AVS는 우선 피지 오발라우 섬 영농형 태양광 사업과 독일 GIZ·베트남 달랏대와 공동 추진하는 베트남 달랏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적용한다. 이들 사업에서 실증 발전·작물 데이터를 확보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효과적 시뮬레이션 모델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을 단순히 부족한 태양광 설비 설치 장소를 메울 대안이나 농가에 추가 수익을 안겨준다는 개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지역에서 건조·폭염·홍수 피해를 줄여 농작물 생산을 늘리거나 보존할 수 있는 혁신 기후 적응·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크로스커팅(cross-cutting)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프랑스 한 포도 농장은 기후변화로 와인에 적합한 포도를 재배하기 어려워졌는데 농장에 폭염을 방지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발전하고자 영농형 태양광을 맞춤형 설계한 후 농업용수 사용을 최대 34% 줄이고 포도 맛도 종전으로 돌아가 와인 풍미가 되살아났다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농장은 최적화한 발전과 농작물 보호를 위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한 태양광 트래킹 기술을 적용했다.

독일의 한 영농형 태양광 설치 농지에선 작물 생산량이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수익으로 농민 수입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 전기농기구 등 모빌리티의 충전에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영농형 태양광 농지에선 토양 내 수분 증발 방지 효과를 통한 농업용수 사용 감소와 작물의 열·광 스트레스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 설치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작물을 가려내고 최적화한 영농형 태양광 설계를 도출해야 한다”며 “영농형 태양광을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연구개발하고 상업화한다면 국내에서도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AVS는 현재 기후 피해가 심한 아열대·열대 지역 개도국의 밭작물 위주로 개발하고 있지만, 과수나 화훼 등 대상 작물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국내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활성화한다면 해외 개발사업용인 소프트웨어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한 포도 농장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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