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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장기적 시각 위해 임원 보수 체계 개편해야"

김인경 기자I 2021.06.30 06:00:00

금융위, 보험사 단기실적주의 개선 태스크포스(TF) 발족
"올해 중 경영진의 성과 평가와 공시기준에 대한 개선책 마련"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은 3년, 영국과 호주는 7년”

보험사의 전략과 경영을 좌우하는 임원들이 이연된 성과급을 받는 기간이다. 장기성과에 따라 최대 7년 후에 보상을 받는 영국이나 호주의 보험권과 달리 한국의 경우, 3년 안에 이연성과급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하기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30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민간전문가, 보험업계와 함께 ‘보험사 단기실적주의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단기 실적을 높이는데 집중하며 표준화 이전 실손의료보험, 고금리 확정형 보험, 비합리적 해지율 가정에 기초한 무·저해지 보험 등 단기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도움이 되는 상품개발이나 불완전판매, 고위험 추구 자산운용 등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경영이 단기 수익과 외형 성장보다 ‘장기적 관점의 기업가치 제고와 소비자 보호’ 중심이 돼야 한다며 이같은 TF를 마련하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보험사 경영진의 성과보수와 공시체계 관련 현황을 집중 논의했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박사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생명보험사 23곳과 손해보험사 11곳 등 34곳 보험사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해 문제를 지적했다.

한 박사는 먼저 임원 총 보수 중 성과와 무관한 기본급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임원 총 보수 대비 기본급 비중은 64.2%, 성과급 비중은 35.8%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총 보수 대비 기본급 비중은 59.5%다. 반면 미국 보험사의 임원의 경우, 총 보수 대비 기본급 비중은 16%, 미국 보험사 CEO의 경우 총 보수 대비 기본급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다음해 이후로 이연 지급하고 있지만 최소 기간이 3년으로 짧은 점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성과보수 지급방식도 현금 등 기업가치와 연계되지 않는 방식의 비중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박사에 따르면 영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은 성과보수를 최대 7년까지 이연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장기 성과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존재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3년 안에 성과보수를 받는다. 게다가 한국 보험사 임원의 성과보수 중 현금 보상 비중은 54.6%이며 주식이나 주식 연계방식 비중은 45.3% 수준이다.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보상을 받는 만큼, 회사를 발전시킬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울러 임원 성과평가방식이나 보수체계가 연차보고서 등에 제대로 공시되지 않아 주주나 이해관계자 등을 통한 감시나 견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보험사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기 위한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경영진 보수가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와 연계해 지급되도록 현금 외 주식기반 보상의 비중을 확대하고 △이연지급되는 보수의 비중(현행 40%이상) 및 이연기간(현행 3년)을 확대해 장기 기업가치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경우 성과보수를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보험 특성에 맞게 고객만족도나 불건전 영업 적발건수 등 비재무적 지표 활용을 통해 보험사 경영진에 대한 성과 평가가 필요하며 그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 역시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회사별 특성이 반영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상장 여부나 크기 등에 따라 보험사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 성과급의 비중이나 이연기간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비재무지표의 유형이나 평가 방법 등 구체적 기준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위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금감원, 보험협회, 연구원, 보험업계 등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을 운영할 것”이라며 “TF를 통해 경영진의 성과 평가와 보수체계, 공시기준에 대한 개선방안을 올해 중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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