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형 부동산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도 여의도 지역의 오피스 투자 기피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 하반기 여의도 파크원과 포스트타워, SG타워 등이 준공을 앞두고 있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투자기피지역으로 꼽힌 상황에서 공실률 상승까지 겹칠 것으로 보여 여의도 오피스 투자가 더 냉랭해질 전망이다.
◇여의도 오피스 투자 펀드 설정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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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부동산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국내 지점 정리에 나서는 등 코로나19로 오피스 투자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 “여의도는 일단 공급이 많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강남권 오피스를 사놓으면 가격이 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어 여의도를 떠나는 부동산 투자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오피스 투자가 타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대규모 잠재물량과 공실률 상승 때문이다. CBRE와 에비슨영코리아 등 주요 부동산 투자회사가 파악한 지난 5월말 기준 YBD 오피스 공실률(신축 포함)은 지난해 말보다 0.6%포인트 상승한 6.8%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여의도 오피스에서 대기업 본사 이전에 따른 대형 공실 발생이 두드러졌다. 에비슨영코리아에 따르면 FKI타워는 한화건설, 한화도시개발이 CBD 한화빌딩으로 복귀했고 One IFC 역시 LG하우시스가 LG서울역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YBD 내 초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보다 1.8%포인트 상승한 7.4%를 기록했다. 세부지역별로는 서여의도와 동여의도 기타 지역에서 공실률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증권사의 사옥 이전 검토와 하반기에 파크원을 포함한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은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형구 에비슨영코리아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 분야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YBD가 잠재 공급량에 따른 공실률 상승 가능성 영향으로 투자기피지역에 꼽혔다”며 “이런 추세는 2018년 이후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오피스 투자 선호지역으로 꼽힌 CBD나 GBD와 대조적인 모습이다”고 말했다.
◇여의도 오피스 팔고 떠나는 부동산 투자사
여의도 오피스에서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떠나는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투자회사가 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글로벌 부동산 투자사인 에비슨영 코리아가 삼성생명 여의도빌딩을 BNK자산운용에 2669억원 매각했다. 삼성생명 여의도빌딩은 BNK금융그룹의 사옥 마련 목적으로 BNK자산운용이 사들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펀드로 보유 중인 KTB빌딩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29호’를 통해 여의도 KTB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 설정된 펀드의 운용기간(10년) 만료를 앞두고 빌딩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각을 위해 주요 임차인의 임대계약 사항을 점검하고 매각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여의도 오피스 지역에 신축 빌딩 물량 공급이 늘면서 임차인을 구하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매각 작업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매각이 어려우면 주요 투자자와 협의해 수익자 총회를 거쳐 펀드 만기 연장을 할 수 있다”며 “문제는 여의도지역의 공실률인데 본격적인 대형 오피스의 물량이 풀린다면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나대체자산운용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지식산업센터를, 이든자산운용이 같은달 28일 코람코자산운영이 보유하던 서울 은평구 갈현동 범일빌딩을 인수하는 등 주요 핵심지역 이외의 오피스 투자도 점차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