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알고는 있었다. 잔잔한 바다란 없다는 것을.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형태를 잡을 수 없는 파도에 각이 생기지 않았나. 빛의 장난, 색의 유희를 옮겨와 ‘울통불퉁한 평면’이란 역설을 만들어낸 거다.
작가 전영진(36)은 색으로 ‘논다’. 블록쌓기를 하듯 색을 포개고, 퍼즐놀이를 하듯 색을 맞춘다. 배열과 조화는 기본이고 패턴의 반복까지 놓치는 게 없다.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색을 그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기가 막힌 풍경을 포착하지만 재현이 아닌 창조를 하는 셈이니까.
‘그림 위한 그림 18 no14-1’(2018)은 그렇게 만들어낸 연작 중 한 점. 우연이지만 결국 필연이 된 빛과 색이 그들을 지배하는 해에 순응하고 있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이란 노래가 내내 귓가에 울릴 만큼 강렬한 ‘새해’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1898광장 요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72.7×60.6㎝. 작가 소장. 요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