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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證, 부동산 직접투자 첫 성공…'초대형IB 꿈' 성큼

문승관 기자I 2019.01.14 05:10:10

괌 롯데호텔 721억원에 인수
증권사 자기자본투자 새 활로 열어
연 5~8% 수익률 기대…공실 우려도 없어
동남아 투자 일색 벗어나…괌 정부 지원 한몫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KB금융(105560)의 자회사 KB증권이 1년2개월여간 공을 들여 괌 롯데호텔을 인수한 것은 안정적인 해외 투자처 확보 노력과 부동산 부문 확대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매년 괌을 찾는 한국 관광객 수가 10% 이상씩 늘고 있는데다 리모델링만 하면 공실 걱정 없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 여기에 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 우호적인 시장여건도 인수 배경으로 꼽힌다.

◇ 매년 韓 관광객 10% 늘어…괌 정부, 보조금 지원 등 투자 여건↑

13일 괌 정부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괌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 수는 74만6987명으로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괌 전체 외국인 방문객 중 한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48%에 이른다. 괌 여행객 중 10명 중 5명이 한국인인 셈이다.

괌 관광청은 “지난해 태풍의 영향으로 하반기 전체 방문객 수가 다소 줄었다”며 “하지만 연말 성수기인 12월 한 달 간 전체 관광객 수는 14만6104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관광객 수도 12월 한 달간 6만4127명을 기록해 평년 수준의 방문객 수를 회복하고 있다. 괌 관광청도 이런 시장 수요를 고려해 특정 전세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 2017년 괌 노선을 확대한 후 약 25만달러(약 3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올해 괌 정부는 보조금 규모를 두 배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1년2개월간 현지 수요조사와 시장조사를 수시로 진행하면서 투자 여건을 살폈다”며 “가족 중심의 여행객이나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는 젊은 층의 수요도 상당해 매년 10% 이상의 관광객 수 증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호텔롯데와 운영권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객실과 가족형 워터파크 신설 등 한국 관광객 취향에 맞도록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가족형 호텔리조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브랜드 파워와 높은 수준의 서비스도 이곳에서 상당한 강점인데다 롯데 면세점 신설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어 롯데와의 협업을 통해 높은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 부문 강화…투자처 다변화 모색

KB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IB 2 총괄본부를 신설했다. 최근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부동산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괌 롯데호텔 인수는 부동산금융본부와 부동산투자본부를 부동산금융본부로 통폐합한 후 KB증권의 첫 투자 성공 사례다.

KB증권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부동산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 발굴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번 딜의 성공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괌이나 하와이 등 미국령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투자 노하우를 몸소 습득한 만큼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이 괌 호텔로 투자처를 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앞선 투자 사례가 있어서다. 지난 2016년 NH농협손보가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사모펀드 ‘파이오니아 홀딩스(Pioneer Holdings Corp.)’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일본계 레오팔레스괌(LeoPalace Guam Corp.)을 1억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괌 롯데호텔과 지척에 있는 웨스틴리조트괌(Westin Resort Guam)이 레오팔레스괌 소유다.

레오팔레스괌은 괌에 유일하게 야구경기장과 36홀의 골프코스, 육상트랙과 국제규격의 수영 레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팀인 삼성라이온즈의 해외 전지훈련장으로 잘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회사인 ‘해비치&리조트’에 위탁운영을 맡겼고 연 수익률 4% 이상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이번 딜로 운용사 없이 직접자본투자(PI)에 성공한 사례여서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딜은 운용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투자대상을 찾고 거래 상대방과 만나 이뤄낸 것으로 증권사 PI에 새로운 길을 찾아낸 것”이라며 “직접 거래하다 보니 인수가도 낮출 수 있었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하는 부동산 투자를 미국령으로 확대하는 투자다변화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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