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SK하이닉스 미래먹거리 발굴" 박성욱, 별동대 꾸린다

김겨레 기자I 2018.12.18 05:00:00

미래기술·성장 담당 조직 꾸려..수십명 규모

[이데일리 이서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박성욱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는 중책을 맡았다. 이번 인사에서 이석희 사장에게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넘겨줬지만 미래기술·성장 담당 조직을 이끌며 중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미래기술·성장 담당’ 조직을 수십명 규모로 꾸리기 위해 준비중이다.

박 부회장이 이끄는 미래기술·성장 담당 조직은 기획·전략·투자를 담당하는 미래전략 담당과는 구분된다. 미래전략이나 대외협력 담당 처럼 CEO 하에 속하지는 않고 별도 조직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미래기술·성장 담당 조직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모색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될 만한 신기술 가진 국내외 스타트업 발굴 △5~10년 이후 차세대 반도체 연구 등 미래를 위한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는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와 사업 성장에 따른 운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특히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자동차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중장기 사업의 밑그림을 그릴 전망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는 주로 서버와 모바일, PC용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분야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선 새 거래선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내년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에도 처음으로 참가해 차량용 반도체를 선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박 부회장의 행보는 통상 CEO에서 물러난 뒤 예우 차원에서 고문직을 제공받는 것과는 대비된다. 단순히 사업에 대한 자문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조직을 꾸려 업무를 할 예정이어서다.

박 부회장은 또 SK그룹 차원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ICT(정보통신기술)위원장을 내년에도 맡은 만큼 은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2016년 3월부터 맡아온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직은 통상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의 CEO나 사업부장이 맡아온 만큼 후임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60세인 박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위해 CEO에서는 물러났지만, 경영 일선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멀리 내다볼 안목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6년동안 SK하이닉스 CEO를 역임했다.

박 부회장은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 엔지니어로 입사해 30년 넘계 반도체 산업에 종사한 업계 최고 전문가다. 그는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고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SK그룹에 인수되기까지 하이닉스에 몸담으며 내부 사정과 반도체 기술에 모두 정통한 경영자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D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위기의식이 높다”며 “이석희 사장이 글로벌 시장 최전방에서 사업을 끌고 나간다면, 박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력 품목인 D램 가격이 올 4분기 급락하면서 향후 전망은 어두워졌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개당 평균 고정거래가는 7.19달러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내년 1분기에는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공급 과잉이 지속돼 D램 평균 판가는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