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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선수촌아파트, 깐깐해진 안전진단 틈새 뚫고 재건축 시동거나

박민 기자I 2018.07.30 06:00:00

‘안전진단’ 주민 동의 절차 착수
“구조적 안정성 취약한 PC공법,
벽체와 기둥 사이가 심하게 벌어져“
꿈틀대는 재건축 시장 기폭제 될 지 주목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5540가구)가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에 나서는 등 정면 돌파에 시동을 걸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 단지가 1980년대 건설 당시 구조적인 안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PC(프리케스트 콘크리트)공법이 일부 적용됐을 것으로 판단, 강화된 안전진단도 수월하게 통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에선 기준 강화를 기점으로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가 확 줄어들었고, 이후 안전진단을 실시해 통과한 단지도 전무한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이하 올림픽 아파트)의 정면 돌파가 재건축 시장의 새 뇌관이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적률 137%, 대지지분도 넓어 사업성 ‘굿’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 아파트 소유자 500여명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이달 중순부터 정밀 안전진단 용역 예치금 마련을 위한 소유자 동의 절차에 착수했다. 정밀 안전진단은 최소 8개 동 이상에서 이뤄지고, 이에 따른 비용은 4억~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앞서 이 아파트는 올해 3월 주민 10% 이상 동의를 얻어 1차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을 실시해 송파구청으로부터 2차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밀 안전진단은 단지별로 용역 비용을 걷어 송파구청에 예치하면 입찰을 통해 업체 선정, 계약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은 “안전진단 비용을 걷기 위해 단지 내 총 5540가구에게 안내문을 전달했고, 외부에 거주하는 소유자들에겐 우편으로 안내문을 발송했다”며 “현재 500여명의 안전진단 추진 동의를 확보한 상태인데 1000명 이상만 채우면 곧바로 안전진단 용역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8년 6월 준공된 올림픽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은 채웠다. 이 단지는 총 122개동에 5540가구로 단일 아파트 기준으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용적률 137%에 세대별 대지지분도 꽤 넓어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이동 A공인 관계자는 “올림픽 아파트 공급면적 112㎡(34평)의 대지지분은 69㎡인데,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공급면적 112㎡·대지지분 76㎡)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3월 5일부터 시행된 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사업 추진에 암초로 작용했다. 앞서 정부는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을 막겠다는 취지로 안전진단 평가의 핵심인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까지 확 높였다. 건물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을 경우에만 재건축을 가능하게 해 올림픽 아파트뿐만 아니라 서울 전체 재건축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다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올림픽 아파트가 구조적 안전성에 취약한 PC공법으로 지어져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서류상(서울시 건축물대장)에는 주요 구조가 철근콘크리트(RC)라고 표기돼 있지만 일부 저층이나 외벽 등은 PC공법으로 지어졌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한 아파트 주민은 “최근 한 가정에서 내부 인테리어를 하면서 벽지와 마감재 등을 다 뜯어냈는데 벽체와 기둥 사이 이격이 심하고, 슬래브 처짐 현상을 발견했다”며 “이는 PC공법에 따른 노후화라고 판단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 빠르게 사라질 듯

PC공법은 미리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해 짓는 건축 방식이다. 거푸집(임시틀)을 짜고 철근을 배근한 후 콘크리트를 타설해 짓는 RC 방식과 차이가 있다. 배규웅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980년~1990년대 정부가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일부 단지에 PC공법이 많이 적용됐다“며 ”이 공법은 RC에 비해 시공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지만 조립 과정 부실로 인한 내구성·안정성 문제로 요즘에는 아파트 건설에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재건축 연한을 다 채우지 않고도 안전진단을 통과했던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8단지’(1988년 준공)가 바로 PC공법으로 지어졌던 아파트다.

이번 올림픽 아파트의 안전진단 추진은 최근 다시 꿈틀거리는 서울 재건축 시장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최근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에서 올림픽 아파트의 정밀 안전진단 추진은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이동 S공인 대표는 “올림픽 아파트는 안전진단 추진 이슈 이외에도 지하철 9호선 3단계 연장 개통 호재도 있어 급매물이 많지 않다”며 “현재 매물로 나온 전용 84㎡가 13억~14억원대인데 안전진단 추진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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