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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원 칼럼] 김상조 후보자 취임 누가 결정하나

이익원 기자I 2017.06.02 06:00:02

도덕 시험대 선 김후보자
억울하고 후회스러워도

[이데일리 이익원 총괄에디터]

지난 며칠 동안 기업인들을 만나면 으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화제에 올랐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을 비롯해 부인과 아들 관련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된 탓이다. 의혹들에 대해선 국회 청문과정에서 해명이 따르겠지만 과연 시장경제질서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혹여 이중 잣대로 세상을 살아온 게 아닌지 하는 점을 꼬집었다.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재벌에는 촘촘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에게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다면 심판관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시민운동가로서의 재벌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자칫 성장을 옥죄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김 후보자의 재벌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기업인들의 우려가 지나치다고만 할 수 없다. 김 후보자는 작년 11월 15일자 경향신문 칼럼(재벌도 공범이다)에서 재벌을 향해 날을 세웠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구속되고 100만 촛불 집회가 불타오르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후보자는 재벌의 힘이 커져 현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의 대가로도 떡고물이 주어진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당한 행위마저 유보하는 소극적 태도(부작위)가 정경유착의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룹 지배권을 유지· 승계하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행위를 서슴지 않는 총수 일가들이야말로 비선 실세의 공갈· 협박을 자초한 것이니, 재벌은 정경유착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라고 했다.  지나친 추론이다.

 국민의 법감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뇌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경유착의 부패사슬을 되살린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출연금을 낸 재벌 총수들은 유죄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판결문을 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국정농단의혹사건 특별검사팀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사유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벌 저격수’라는 소리를 듣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다른 만큼 김 후보자가 열정적으로 재벌의 부조리를 비판해온 건 뭐랄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시민운동을 할 땐 실증적 사실보다 주관적 해석이 힘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래 다원주의의 씨앗은 그렇게 커가는 것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보다 현저히 크다고 볼 경우에는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발언이지만 상황적 논리를 감안하면 납득못 할 이유도 없다.

 상대를 인정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꽃을 피우는 게 다원주의 가치라면 응당 경제 주체인 재벌의 얘기도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한다. 각종 경제제도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철저히 배제하고 바람직한 결과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오만이다. 경제 현상은 제도의 결과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박정희 정권이 추진했던 고도성장 정책의 결과가 재벌이고 순환출자이듯 말이다. 

 각종 의혹제기에 대해 김 후보자는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후회스러울 수 있다. 국정농단사건으로 국회 청문회에 섰던 재벌 총수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감정이 법 정신을 압도할 때 봉을 쥔 판사의 손은 떨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분노는 역사의 분기점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과도한 파퓰리즘은 법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원적인 가치를 중시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법을 만들고 정책을 펴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김 후보자의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여부도 결국 대통령이 국민 감정(여론)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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