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재벌 중심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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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장 정책실장 인선에 대해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과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변화 및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경제 사회적 양극화 완화에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득 격차를 완화 쪽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달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장 정책실장은 강력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가 올해 2월 ‘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국민은 어떤 한국경제를 원하고 있는가?: 좌표와 지향점’ 논문에 따르면 1990~2015년 사이 누적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9%인 반면, 국내 가계소득 총액의 누적 실질 증가율은 174.9%에 그쳤다. 그는 ‘소득 없는 성장’의 원인을 “경제성장의 소득 증가 효과를 가계보다 기업이 더 많이 누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재벌개혁 기조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 임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 1차 청문회에서 “재벌은 이제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장 실장과 김 후보자는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 운동 등 경제개혁 운동에 호흡을 맞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이어서 장 실장·김 후보자와 함께 일한 경험은 없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김 후보자 내정을 비슷한 인사 기조로 보고 있다. 대기업이나 해외 유학파가 아닌 고졸 출신이 ‘경제사령탑 후보자’로 올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소년가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서민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경제사령탑”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11살 때 부친을 여의고 청계촌 판자촌에서 어렵게 공부했다.
◇현실적 재벌개혁 카드 고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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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A 고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참여정부의 ‘비전 2030’을 만들었던 만큼 현 정부의 경제 공약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분”이라며 “그립(조직 장악력)이 센 분이라 과거에 못했던 일들을 힘 있게 추진할 것 같다“고 했다. ‘비전 2030 보고서’는 참여정부 때 성장과 복지의 동반 성장을 위해 제시한 국정 마스터 플랜이다.
업계, 관가에서는 재벌개혁 등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완급조절을 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장 실장은 지난 대선에서 ‘민간 자율성’을 강조해 온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활동해 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제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후보자는 그동안 언론에 “때려잡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현실적인 정책 수단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B 고위관계자는 “김동연 후보자는 (나랏빚이 늘지 않도록 하는)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도 알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보는 분이기 때문에 기재부에서도 인선 결과에 호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