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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직장을 버리고 직업을 찾을 때

김정민 기자I 2016.03.23 06:00:00
“인생은 사랑해야 할 때가 있고 투쟁해야 할 때가 있으며 떠나야 할 때가 있다.” 덴마크의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의 대하소설을 영화화한 ‘정복자 펠레(Pelle Erobreren)’를 소개했던 문구이다.

필자는 오늘 우리 청년들에게 “사랑하라, 맞서 싸우라, 떠나라”라고 권하고 싶다. 과거의 ‘직장’을 버리고 미래의 ‘직업’을 향해 현실의 통념과 관습에 맞서 싸우며 모험을 떠나라는 것이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대공황의 전조로 어둡던 1920년대 미국, 15살 소년은 할머니와 숙모의 대화 중에서 “내가 젊었을 때 이 일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듣고 곧바로 ‘꿈의 목록’을 작성한다. 탐사할 10개의 강과 등산할 17개의 산을 정했다. 또 의사가 돼 세계를 여행하고 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마르코 폴로의 여행경로를 추적하고, 성경, 세익스피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킨즈 등의 작품을 비롯해 브리테니커 백과까지 모두 읽겠다는 127가지 목록을 만들었다. 30년 후인 1972년 세계적인 잡지 ‘라이프’는 47세에 127개의 꿈을 이룬 의사이자 탐험가인 한 사람을 특집 보도한다. 바로 저 유명한 존 고다드의 이야기이다.

우리 한국사회는 1997년 IMF 이전까지 안정된 ‘평생직장’의 고정관념에 안주했었다. 하지만 정리해고와 고용불안 이후 이러한 ‘평생직장’의 고정관념은 붕괴하고 안정성을 향한 새로운 경향이 지배하게 됐다. 그로 인해 오늘날 우리 학부모와 청소년의 희망 직업은 공무원, 교사와 같은 직업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100세 시대를 향한 미래사회는 ‘평생 직업’을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청소년의 모습은 어떠한가? 큰 꿈을 향해 소질과 적성을 찾아 구체적인 ‘직업’을 꿈꾸기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고 안주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이 없다. 취업 청년층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절반 이상이 취업·진로 문제로 막막하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정작 진로에 대한 상담 경험은 30%대도 못 미치고 있다. 취업 준비마저 전공과 적성에 관계없이 일단 원서를 넣는 데 몰두한다.

직장은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으로 장소의 개념이고, 직업의 의미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며 보수를 받는 일’로 전문적인 직업(profession)의 개념이다. 직장을 가졌다고 직업이 생겼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반대로 직업을 가지면 직장이 없어도 평생 일을 할 수 있다. 직장이 아닌 직업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젊은 시절부터 대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며 임원까지 지낸 분이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폴리텍대학을 찾았다. ‘직장’을 떠나 기술을 배워 진정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보일러시공 직종 교육을 마친 후 에너지관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 시설관리 분야의 전문기술인으로 ‘평생 직업’을 찾아 일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이러한 ‘평생직업인’을 매년 수천 명을 배출하고 있다.

‘직장’을 향한 맹목적인 공부와 수많은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꿈을 담은 ‘직업’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도전이다. 더구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와도 같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물결이 몰려오고 있지 않은가. 우리 교육기관도 기업도 또 사회가 힘을 모아 과거의 ‘직장’에서 미래의 ‘직업’으로 우리 직업기술 현장을 혁신해야 할 때이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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