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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림세 속 불안요인 가득, 물가 안심 이르다

논설 위원I 2024.06.05 05:00:00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3.1%에서 4월 2.9%, 5월 2.7%로 두 달 연속 0.2%포인트씩 낮아지며 2%대에 안착했다. 사과 배 등 과일류와 일부 농산물 값 폭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걱정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식료품 에너지 등 일시적 요인을 빼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2.2%)을 유지해 향후 물가안정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에도 2.3%까지 낮아졌다가 불과 3개월 만에 3.8%까지 치솟은 전력이 있다. 올 1월에도 2.8%까지 낮아졌다가 2월에 3.1%로 오르는 등 급등락을 되풀이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불안한 패턴을 보이는 것은 우리 경제가 대외적 요인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글로벌 에너지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동 전쟁까지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불안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이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면서 과일 채소류 등의 가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냉면 자장면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값이 줄줄이 오르고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전기 가스료 추가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상당 폭 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에너지값 폭등으로 인한 원가 인상분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한전과 가스공사의 연결 기준 총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50조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물가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목표 범위(2% 수준)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4월 90달러 선을 넘었던 국제유가는 이달 초 80달러 아래로 내려갔지만 전쟁 양상에 따라 다시 폭등세로 돌변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긴축 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억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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