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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건축 2년 거주’ 백지화, 규제로 집값 못 잡는다는 교훈

논설 위원I 2021.07.14 06:00:00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2년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분양권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백지화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그제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조응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항을 빼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 중 핵심 규제가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은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정부는 당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자 재건축 아파트 조합 설립이 급증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면 해당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조합설립 붐을 타고 재건축 아파트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한양 8차’ 전용 210㎡가 지난해 7월 47억8000만원(5층)에 거래됐으나 이달에는 66억원(15층)으로 불과 1년만에 18억원 넘게 뛰었다.

‘2년간 실거주’ 요건이 의도치 않게 전세난민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도 짚어볼 대목이다. 재건축이 임박한 노후 아파트는 집주인이 싼값에 세를 놓는 나가 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2년간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들어오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쫓겨나 수억원을 전셋값으로 추가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는 임차인 보호에 어긋난다. 규제가 졸속으로 도입돼 최장 4년의 임차 기간을 보장하는 임대차보호법과 충돌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규제 철회는 시장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만능주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과 세입자 보호에 도움을 주지 못 한다는 점을 정부 여당이 스스로 인정한 첫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숱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문정부에 지지율 폭락을 안겨주었고 여당에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최대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여당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규제로는 결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맹성하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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