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앞장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경제교사를 맡았을 당시 기초연금 공약을 발굴해 대선 승리에 일조했던 김 위원장은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기본소득제 도입 검토에 나섰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총대를 멨다. 이 지사는 “증세나 재정 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기본소득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경우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시한 중장기 로드맵대로 만약 전 국민(5200만명)에게 1인당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31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긴급재난지원금(14조3000억원)을 21번이나 지급할 수 있는 대규모 예산이다. 빚을 내지 않으려면 결국 증세가 불가피하다. 국토보유세·로봇세·데이터세·탄소세 도입 등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이미 재정건전성은 역대 최악이다. 국가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2조2000억원(3차 추경안 기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3차 추경안 기준)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때인 2017년(660조2000억원)보다 3년 새 180조원이나 불어났다.
기존의 현금성 복지 예산를 깎아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각종 수당·지원금 등 현금성 복지 사업 예산은 2017년 36조465억원에서 2020년 54조3017억원으로 불어났다. 표심을 노린 정치 포퓰리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으로 정부의 세출 구조조정은 번번이 가로막힌 반면 현금성 복지는 계속 확대된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복지체계의 정비 없이 현금 복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면 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정치권은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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