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총수로서 첫 사업보고회…‘현미경’ 점검에 긴장감 커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9일부터 약 한달 간 LG화학(051910)을 시작으로 LG생활건강(051900), LG전자(066570), LG디스플레이(034220), LG이노텍(011070), LG유플러스(032640) 등의 순으로 사업보고회를 진행한다. 각 계열사 경영진은 올해 사업 실적과 내년 계획 등을 구광모 회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지난 8월 말 ㈜LG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자리한 권영수 부회장도 배석한다.
구광모 회장의 첫 연말 인사와 연계된 이번 사업보고회를 앞두고 각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들은 여느 해 보다 긴장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현재까진 계열사들에게 별다른 주문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보고회는 처음으로 진행하는 공식 일정인 만큼 상세한 준비를 하라고 각 계열사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LG그룹의 2인자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권영수 부회장도 지난 9월부터 계열사 CFO들로부터 재무상황을 보고받는 등 사업보고회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사업보고회를 통해 계열사 별 중복 투자 여부를 파악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도출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들의 현황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아, 해당 회사들의 긴장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사업보고회에서 자신의 경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임원 인사 평가도 내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 경영진은 올해 실적과 지난해 세운 투자 이행 여부 등을 보고한다. 또 △내년 시장 상황 및 경쟁 구도 △투자 계획 및 인재 확보 계획 △신사업 현황 △프리미엄 제품이나 주력 사업의 전개 시기 및 방법 등도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LG 각 계열사는 이번 업적보고회 결과를 토대로 12월 초까지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계열사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시장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연말 인사 기준 될 듯…부회장 퇴진 등 인적 쇄신 가능성도
이번 사업보고회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할 연말 그룹 인사의 근거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매년 11월 마지막 주와 이어지는 목요일에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다. 2016년엔 12월 1일, 2017년엔 11월 30일에 실시돼 올해도 기존 방식을 따른다면 11월 29일이 유력하다.
애초 재계에선 구 회장이 40대의 젊은 나이를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6명의 그룹 부회장을 유임시켜 경영 안정을 꾀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회장 승진과 동시에 ㈜LG 인사팀장을 교체하고 곧이어 하현회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전보 인사를 단행, 큰 폭의 연말 인사를 예고했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권영수 ㈜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6명인 LG 부회장단 가운데 실적 등을 고려해 일부를 교체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또 지난해 사업보고회를 주재했던 구본준 부회장도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공식 퇴진할 예정이다.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도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한 전례가 있다. 구본무 회장은 취임 첫해인 1995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3명을 포함해 총 354명이 바꾸는 당시까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LG 사정에 밝은 한 대기업 인사는 “구 회장의 지금까지 행보는 경영을 위한 준비 단계였지만, 이번 연말 인사는 구광모 호(號)가 본격 출범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인적 쇄신과 함께 향후 신년사에서 대외적으로도 뚜렷한 경영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