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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여행③] 백악기 호수에서 태어나다

강경록 기자I 2018.03.25 09:30:49

한국관광공사 추천 4월 가볼만한 곳
부산 태종대
글·사진= 김숙현 여행 작가

부산을 대표하는 지질공원인 태종대
오륙도 절경을 감상하기 좋은 오륙도스카이워크
해운대 곳곳에서 버스킹이 열려 밤바다의 낭만을 더한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질 여행은 땅의 역사를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시간 여행이다. 바위에는 지구의 시간이 새겨졌다. 수천만 년 세월을 견딘 바위를 쓰다듬다 보면 오늘의 작은 고민쯤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더 먼 미래를 위해 지구를 좀 더 아껴야겠다는 기특한 다짐도 한다. 부산 태종대는 공룡이 지배하던 백악기에 만들어졌다. 공룡의 제왕 티라노사우루스가 살던 시대다. 태종대 앞 푸른 물이 그때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였다니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백악기 말 부산 일대에서 화산활동이 격렬했고, 휴식기에 들어가면 호수에 퇴적물이 쌓였다. 퇴적층이 굳어 바위가 되고,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오랜 시간 물과 바람에 씻기고 깎여 지금의 태종대가 탄생했다. 그 오묘한 모습에 반해 신라 태종무열왕이 한동안 머물며 활을 쏘았다고 하여 ‘태종대’라는 지명이 생겼다.

등대에서 바라본 자갈마당


◇부산국가지질공원 ‘태종대’

태종대는 부산국가지질공원 중 하나다. 낙동강하구, 몰운대, 두송반도, 송도반도, 두도, 오륙도, 이기대, 장산, 금정산, 구상반려암, 백양산 등 부산에는 모두 12군데 지질 명소가 있다. 태종대 일대는 응회질 퇴적암과 화산암류가 넓게 분포한다.

태종대 지질 명소는 영도등대 주변에 집중된다. 해식 절벽, 파식대지, 해식동굴, 역빈 등 아름다운 지질 환경을 갖췄다. 숨 막히는 절경에 깃든 흥미진진한 땅의 역사는 내외국인 여행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암석해안이 파도에 침식되어 평평해진 파식대지가 장관이다. 망부석이 서 있는 신선바위 이름만 아는 경우가 많은데, 신선바위 옆에 넓고 평평한 태종바위도 있다. 태종바위와 신선바위는 녹색, 흰색, 붉은색 지층이 겹겹이 쌓인 퇴적암 층리가 선명하다. 절벽 아래가 파도에 움푹 파인 낭식흔, 절벽 표면에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나 천연 벽화라고도 부르는 슬럼프 구조는 처음 보는 사람도 찾기 쉽다. 태풍으로 암석이 무너져 2017년부터 태종바위에 올라가지 못한다.

시루떡을 쌓듯 층리가 선명하다
영도등대에서 계단을 지나 동쪽으로 내려가면 모래는 쓸려 가고 자갈이 파도에 동글동글해진 역빈(현생 자갈 마당), 약한 암석이 파도에 깎인 해식동굴도 있다. 다양한 지질 환경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도록 지질트레일 코스를 개발해서 지도에 표시해두었다. 다누비열차 등대 정류장에 지질공원안내센터가 있고, 전문 해설사가 각 포인트를 짚어가며 해설해준다. 등대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지질공원 안내판과 지도가 있어 개별적으로도 지질 여행이 가능하다.

해설은 한 시간가량 이어지며, 태종대의 지질 환경은 물론 나무와 풀에 대한 생태 해설을 곁들인다. 계단 주위로 사스레피나무가 울창하다. 3월 말부터 4월 초순에 피는 사스레피나무 꽃은 오줌 냄새가 나는데,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을에 꽃이 피어 겨우내 자그마한 열매를 매달았다가 늦봄에 익는 보리밥나무, 절벽 주위에서 지저귀는 황조롱이도 흔하다. 매일(월요일·명절 연휴 휴무, 기상 악화 시 취소 가능) 오전 11시, 오후 1시 30분과 3시에 지질공원안내센터 앞에서 출발하며, 부산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http://geopark.busan.go.kr)에서 예약하거나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해설은 한국어만 가능하고, 지질공원안내센터에 영문 리플릿이 비치되었다.

평평한 파식대지로 형성된 태종바위와 망부석 바위서 서 있는 신선바위


영도등대와 지질트레일 외에도 태종대 곳곳에 비경이 가득하다. 바다가 유독 짙푸른 전망대에는 식당과 카페, 매점이 있어 쉬어 가기 좋고, 태종사도 들러볼 만하다. 4월 초순이면 도로변에 동백꽃이 만개해 더 근사하다. 태종대를 일주하는 다누비열차(09:20~17:30)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20~30분이면 영도등대 입구에 닿는다. 야간 차량 개방이 시작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개별 차량으로 입장할 수 있다.

부산은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를 권한다. 주요 여행지를 지나고 이용도 간편한 시티투어버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다. 태종대는 시티투어버스 중에서 2층으로 된 점보버스가 운행하는 구간이다. 부산역-흰여울문화마을-태종대-오륙도-송도해수욕장-남포동-자갈치시장-부산역을 운행한다. 영도에서 오륙도로 넘어갈 때 부산항대교에서 바라보는 부산항 풍광에 입이 딱 벌어진다.

태종대 영도등대 일출


◇오륙도·부산영화체험박물관 등 볼거리 많아

태종대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몇 개 섬이 오륙도다. 동래의 지리를 다룬 책 《동래부지》 〈산천조〉에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라고 오륙도 이름의 유래가 나온다. 오륙도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오륙도는 물론 왼편으로 길게 이어지는 이기대와 그 너머 해운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태종대까지 전망이 시원하다. 오륙도 역시 부산국가지질공원이며 해식 절벽, 파식대지, 해식동굴 등이 있다.

BIFF광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무대다. 365일 북적이는 먹거리와 쇼핑의 중심지로,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다. 씨앗호떡, 떡볶이, 비빔당면, 닭꼬치, 달걀빵, 호떡, 김밥, 토스트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식욕을 자극한다. 줄이 가장 긴 곳은 씨앗호떡으로, 쫄깃하고 달콤한 호떡에 고소한 견과류가 푸짐해 씹는 맛이 좋다. BIFF광장 곳곳에 영화 관련 조형물과 핸드프린팅 등 볼거리도 많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영화의 도시 부산을 생생하게 즐기는 공간이다. 흥미로운 전시물과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는 체험 위주 박물관이라서 제대로 보려면 두 시간 이상 걸린다. 부산 최초의 극장 ‘행좌’, 이후 신축된 ‘행관’ 등 부산 영화의 역사를 입체적인 전시물로 보여준다.

헤드셋으로 영화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거장의 연구실이나 촬영 연구실, 감독의 영화 철학, 제작 형장 25시 등 깊이 있는 전시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주인공에 도전해보는 영화공작소가 흥미롭다. 박물관 입장하면서 만든 전용 카드를 코너마다 터치한 뒤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점프와 액션, 편집을 거쳐 한 장면을 완성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어린이영화마을과 7세 이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부산 여행의 마지막은 해운대해수욕장이 제격이다. 해가 넘어간 뒤 화려하게 반짝이는 마린 시티의 불빛과 시원한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낭만적이다. 해변 곳곳에서 버스킹이 펼쳐지고, 음악이 흐르는 바다 위로 봄밤이 깊어간다.

태종대-오륙도 방면을 운행하는 시티버스 점보버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태종대→오륙도스카이워크→BIFF광장→부산영화체험박물관→해운대해수욕장

△1박 2일 여행 코스= 태종대→국립해양박물관→오륙도스카이워크→이기대도시자연공원→해운대해수욕장→숙박→부산영화체험박물관→BIFF광장→자갈치시장

△가는길

▷중앙고속도로 삼락 IC→모라로→모라고가교→관문대로→백양터널요금소→관문대로→가야고가교→수정터널요금소→관문대로→성남로→제5부두사거리에서 태종대 방면 우회전→충장대로→부산대교→대교로→봉래교차로에서 태종대 방면 좌회전→태종로→해양로→태종로833번길→태종대

▷남해고속도로제2지선 사상 IC→동서고가로→사상구청교차로에서 우회전→학감대로→보수대로→대영로→영주사거리에서 우회전→중앙동사거리에서 좌회전→세관삼거리에서 태종대 방면 우회전→대교로→부산대교→봉래교차로에서 좌회전→태종로→해양로→태종로833번길→태종대

△주변 볼거리= 몰운대, 흰여울문화마을, 평화공원, 갈맷길700리 3코스(오륙도선착장-태종대 입구), 송도해수욕장, 송도구름산책로, 남포동, 국제시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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