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경제자유구역1호…송도신도시 10년의 빛과그림자

양희동 기자I 2013.08.13 07:00:00

03년8월 영종·청라와 함께 경제자유구역 지정
2007년'로또텔' 신조어 만들며 청약 광풍 불어
글로벌금융위기 후 4년간 집값 하락 등 침체
지난해 10월 GCF유치로 부활의 날개짓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해 7월 발표된 싸이의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유투브 조회수 17억건이란 대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이 동영상 속에는 거대한 빌딩 숲과 최신 시설을 갖춘 지하철역 등 첨단 도시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외국인들은 동영상 속 풍경이 서울 강남의 어디쯤으로 여겼겠지만 실제 촬영지는 인천 ‘송도신도시’였다.

1990년대 이전까지 동네 아낙들이 조개를 잡던 갯벌이었던 송도가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속 마천루 숲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이다.

▲과거 갯벌이던 송도신도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10년만에 마천루가 즐비한 첨단 도시로 탈바꿈 했다. <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2007년 ‘로또텔’광풍

12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송도신도시는 이달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10년을 맞았다. 지정 당시 정부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일대 53.3㎢부지에 사업비 21조5442억원을 들여 인구 26만명 규모의 국제도시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 발표와 함께 송도는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과 국제도시라는 미래 가치를 무기로 부동산 투자 수요를 자극했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2005년부터는 집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특히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6~2007년을 거치면서 송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부동산 114자료에 따르면 2005년 2분기 송도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1071만원으로 이미 인천 평균(493만원)을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2006년 2분기에는 1283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올랐고, 그해 4분기에는 다시 30% 넘게 올라 1708만원을 기록했다.

송도동 K공인 관계자는 “2005년부터 약 3년간은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던 시절이었다”며 “분양만 하면 구름처럼 청약자들이 몰려 웬만큼 높은 경쟁률은 송도에서 명함도 못 내밀었다”고 말했다.

2007년 4월에는 코오롱건설이 분양한 오피스텔 ‘더 프라우’가 ‘평균 4855대 1’, ‘최고 9521대 1’이라는 오피스텔 사상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더 프라우는 ‘로또텔’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송도는 청약때마다 수 천만원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해 4분기 송도의 3.3㎡당 아파트값은 1741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송도신도시 3.3㎡당 아파트값 추이. 매년 4분기 기준, 2013년은 8월기준. (자료:부동산114·단위:원)
◇글로벌 금융위기와 GCF유치 훈풍

영원할 것 같던 송도신도시의 부동산 열기도 거세게 불어닥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하진 못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송도 아파트값은 단 한번의 반등없이 4년 연속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9월말 기준 3.3㎡당 아파트값은 1238만원까지 떨어져 6년전 수준으로 후퇴했고, 연수구의 2011년 땅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1.16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51%에 머물렀다. 지난해 9월까지 외국인 투자는 10억700만달러(약 1조 1000억원)로 총 투자금의 4%수준에 그쳤다. 투자 부진으로 기반시설 조성이 늦어지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주택시장도 미분양이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러나 그해 10월 20일 환경계의 국제통화기금(IMF)이라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사무국 유치가 확정되면서 송도는 다시한번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GCF 유치로 골치를 앓던 미분양 물량도 속속 팔려나갔다.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도 송도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연매출 17조원의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송도에 위치한 국내 최대 높이(지상 65층·312m) 마천루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키로 결정했다. 앞서 포스코건설과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코오롱글로벌, 이랜드 NC큐브 등이 송도로 옮겨온데 이어 2016년까지 포스코엔지니어링 등 10여개 기업(1만8000명)이 송도에 둥지를 틀 계획이다.

송도동 S공인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속속 송도 이전을 확정하면서 인구 유입에 따른 집값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입주 업체 직원들이 몰려들면서 아파트 전세 물량을 찾기 어려워 분양으로 관심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매년 10%이상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던 송도지역 아파트값도 지난해 3분기 이후 보합세를 유지, 8월 현재 3.3㎡당 1229만원으로 1%미만 하락율을 보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송도는 기업과 병원, 학교 등에 이뤄지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가 도시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국제도시의 청사진이 GCF유치 이후 얼마나 빨리 실현될지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