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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중동 전쟁 얘기,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이명철 기자I 2023.10.19 05:00:00

중동 정세 악화, 경제 충격으로 이어져…선제 대응 필요
전쟁 발발 현실화 우려, 사전 예방 위한 노력 기울여야
서방 vs 반서방 신냉전 체제, 피해 최소화 묘안 요구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멀리 중동에서 들려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전쟁 소식이 우리나라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작게 보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번 분쟁이 미칠 여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걱정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다. 이스라엘과 앙금이 남아있는 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하면 이란 등과의 전면전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이 이스라엘 아스글론 상공에서 아이언돔 방어 미사일 시스템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이달 7일부터 시작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으로 지금까지 수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AFP)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 경제가 위태로워진다. 산유국이 밀집한 중동이 전쟁에 휘말리면 세계적인 원유 파동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50년 전 발발한 4차 중동전쟁은 1차 오일쇼크로 이어졌다. 공교롭게 일본이 초장기 저성장에 들어가던 무렵도 이때였다.

한국 정부가 이-팔 전쟁과 관련해 서둘러 회의를 열어 경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이러한 경제 충격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린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곡물 같은 원자재·식량 공급망 충격을 경험했다.

‘전쟁은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은 스멀스멀 번지고 있다. 러시아가 정말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줄은 예상치 못했고, 가자지구 충돌도 항상 소모적인 분쟁에 그친다고 간과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은 벌어졌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이 실제 군사작전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해 전쟁 정보를 모으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과의 신경전도 거칠어졌다.

한반도는 중국-대만에 비해 군사적 긴장감이 덜하다고 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와 벌이는 전쟁을 지지했다. 러시아에 대량의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자칫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처지를 자초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신냉전 체제’가 더 굳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우 전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북한 등 반(反)서방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 여기에 아랍권과 함께 중국·러시아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친(親)이스라엘인 미국과 대척점에 선 상태다.

우리 정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테러 행위’라며 규탄했지만 미국처럼 군사적 지원을 결정하기엔 힘들다. 인접국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를 저울질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묘안이 요구된다.

1978년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취재한 토마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이런 종류의 갈등에 휘말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질문은 ‘적들은 내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그 반대로 행동할 것인가’이다”라며 이스라엘에게 하마스의 뜻대로 가자지구를 침공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질문은 비단 이스라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또한 상대방(북한이든 미국·중국이든)이 얻고자 하는 노림수는 뭔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제 살리기에도 바쁜 지금, 국제 정세가 요동친다. 그럴수록 차가운 이성을 가지고 전략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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