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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모시기 어렵네”…충청권 최대현안 지방은행 설립 ‘난항’

박진환 기자I 2023.08.03 06:00:00

작년 관련 용역 최종보고회후 투자자 확보 단계서 제자리
충남도,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에 요청…대부분 거절 밝혀
대전시의 기업금융 중심 투자은행 설립 추진에 공조 흔들

2022년 8월 3일 대전시청사에서 충청권 4개 시도와 국민의힘간 예산정책협의회가 열린 가운데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권 4개 시·도의 최대 현안사업 중 하나인 지방은행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간 공조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 은행 신규 인가를 받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인가 방침 발표 이후 인가 신청 및 심사 절차가 진행됐지만 적절한 자금력과 사업계획을 갖추면 인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또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얼뜻 보기에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문제는 투자자 모집이다.

은행구조조정으로 1998년 퇴출된 충청은행. (사진=연합뉴스 제공)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충남도가 나서서 기업들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과 관련된 용역 최종보고회 이후 투자자 확보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은행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은행법상 자본금 250억원이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전산시스템 구축비, 연간 유지관리비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초기 자본금을 투자하고 은행 경영을 담당할 대주주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그간 충남도 등 지자체는 충청권 연고 기업,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 등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아직도 투자를 결정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기업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제안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도 금융당국이 지방은행 설립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고, 15% 출자 제한 등 신규 은행 설립에 제한적인 요소는 경영권 확보 등 불확실성 요인이 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흔들리는 충청권 시·도간 공조도 지방은행 설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민선7기까지는 충청권 4개 시·도가 지방은행 설립에 이견이 없었지만 민선8기 출범 후 대전시가 대전에 본사를 두는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 설립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대전과 충남간 다른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대전시는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 전 단계로 신기술사업금융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최근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자본금 500억원을 대전시가 100% 출자하고, 민간자금 1000억원은 모펀드 자금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가칭)대전투자금융’은 2024년 설립 후 5년간 2895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며, 2030년까지는 운용자금을 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직간접 투자로 지역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벤처투자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대전시는 설명했다. 이어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2026년까지 ‘벤처기업 특화 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시중은행과 차별성을 두기 위한 온라인 기반 금융회사 설립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으로 대전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 등과 협의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은행설립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충청권 지방은행은 충남이 주도해 진행 중이며, 대전시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지방은행 설립이 또다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한 경제계 인사는 “IMF 여파로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충북은행이 연이어 퇴출된 이후 충청권에는 23년간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지방은행이 부재했다”면서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낙후되고, 지역민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졌으며, 무엇보다 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금융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득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경제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금융 활성화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시급하며,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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