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유통가는 보상세일, 소비자는 보복소비…식당가·명품관 긴 줄

함지현 기자I 2021.04.16 05:30:00

[코로나 1년…닫혔던 지갑 활짝]①
4월 주요 百 세일 돌입, 명품·패션 모두 매출↑
대형마트·편의점도 고른 성장…억눌린 소비 효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업계는 예의주시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직장인 A씨는 주말을 맞아 찾은 백화점에서 엄청난 주차난에 시달렸다. 주차비를 결제하고 나가는 데에만 수십 분이 걸리며 추가 요금이 발생했을 정도. 이 곳에 입점했다는 유명 카페를 찾아갔다가 300명이 넘는 대기 인원이 진을 치고 있어 돌아섰던 터라 허탈함은 더욱 컸다.

직장인 B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평소 좋아하던 백화점 식당가의 한 식당을 찾기 위해 당일 예약을 시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텅텅 비었던 터라 예약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리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B씨는 “방역 문제로 좌석을 줄였는데 손님이 많아지다 보니 대기는 물론 예약까지도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말로만 듣던 ‘보복 소비’를 몸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유통 채널인 백화점의 식당가는 당일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명품뿐 아니라 성장 둔화를 겪었던 패션 분야까지 매출이 급증하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대부분 오프라인 업태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외 생활이 잦아질수록 코로나19 확진자도 함께 늘어나 모처럼 살아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百 매출, 코로나 이전 뛰어 넘어…소비자 심리도 ‘낙관적’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월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3월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과 비교하면 10.1%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2월 말 오픈해 주목받고 있는 ‘더현대서울’을 제외하고도 같은 기간 매출이 4.2% 증가했다. 더현대서울을 포함해서는 18.2%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19년보다 22.5% 신장하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4월 들어서는 매출 성장이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4월 1~11일 매출이 2019년보다 25%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기존점 기준 13.3%, 전점 기준 21.3%,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35.1% 오름세를 보였다.

대형마트에서도 이달 들어 주요 상품군 매출이 2019년보다 올랐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4월 1일부터 11일까지 한우 매출이 2019년보다 90.3%, 주류 65.2%, 채소 56.4%, 돈육이 52.5% 더 팔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번에 반등에 성공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 업종으로 꼽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던데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영업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3%, 백화점은 9.8% 감소했다.

유행과 계절 변화에 민감한 편의점 역시 고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GS25에서는 지난 4월 1일부터 6일까지 와인 판매가 201.1% 뛰었고, 축산상품 82.4%, 채소류 50.3%, 가정간편식(HMR) 38.2%, 반려용품 24.9% 순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CU에서도 와인과 양주가 각각 151.8%, 113.5% 더 팔렸고 완구류 82.5%, 문구류 30.2%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갔다. 세븐일레븐도 와인과 양주, 신선육류가 각각 280.6%, 149.8%, 102.1%씩 신장했다.

더욱이 이런 소비 심리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은행에서도 지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0.5로 전월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기준값 100보다 크면 경기 상황을 낙관적으로, 적으면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즉, 소비자들이 향후 지갑을 열 의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백신 안정감·억눌린 소비 폭발 효과…확진자 확산은 ‘불안’

이처럼 급격한 성장의 배경으로는 백신에 따른 안정감과 억눌린 소비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주요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 요인도 컸다.

대표적인 곳이 백화점이다. 신년 세일을 조용히 넘어간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2일부터 일제히 봄 정기 세일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는 물론,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으로 주요 소비층인 MZ(밀레니얼+Z)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더현대서울을 오픈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회사 측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첫 한 달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6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열고, 하반기부터는 본점 리뉴얼(새단장)을 본격화한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오는 8월 ‘대전신세계 엑스포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이 같은 성장과 좋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주요 업체들은 표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600~700명대를 오갈 정도로 날마다 늘어나면서 대규모 재확산이라는 악재가 다시 닥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만약 대규모 점포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되면 이와 무관하게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거리 두기 방침을 지켰더라도 확진자가 연달아 발생한다면 부정적 이미지도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억눌린데다 해외여행 등을 떠나지 못하는 수요가 국내에서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게 되면 또 다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