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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불확실성…자산 팔아 현금 확보 상장사 급증

권효중 기자I 2020.04.20 01:30:00

올해 유형자산 처분·양도 공시 낸 상장사 26곳
이들 중 65%는 영업이익 악화, 상폐 위기 놓이기도
"불확실성 큰 상황, 현금 확보에 우선 집중하는 모습"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보유 중인 토지나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팔아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상장사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줄줄이 실적 악화를 겪자 잇달아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데일리 김다은]
유형자산 처분 나선 상장사, 전년 동기 대비 59% 증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형자산 처분과 양도 공시를 낸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27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이었던 것에 비해 약 59% 늘어난 수치다.

이들은 유형자산을 양도하는 이유로 재무구조 개선, 자산운용 효율성 제고 등을 들었다. 이마트(139480)아모레퍼시픽(090430) 등 코스피 대형 상장사들 역시 올해 보유 중인 토지와 건물 등을 매각한다는 공시를 냈다. 이마트의 경우 온라인 위주로 변해가는 유통 환경의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 아모레퍼시픽(090430)의 경우 본사를 이전함에 따라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공시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토지를 8158억원에 매각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점포를 건설하는 대신 임차를 통해 할인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영업 환경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506억원대로 2018년 4628억원에 비해 67%나 쪼그라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 26일 서울 논현동의 성암빌딩을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성암빌딩은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들이 용산 신사옥으로 옮겨감에 따라 유휴자산으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5960억원 △2018년 4820억원 △2019년 428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회사는 디지털 채널로의 전략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영업 요인을 제거하려는 노력 중”이라고 평가했다.

영업이익 악화, 코로나19 불확실성 계속에 ‘현금 확보’에 집중

이처럼 유휴 자산 매각 공시를 낸 상장사 중 절반이 넘는 곳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되는 등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자산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 공시를 낸 상장사의 65%에 달하는 17곳은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보유 중인 중고 참치선망을 161억원에 매각 결정한 신라교역(004970)을 비롯해 보유 중인 부동산 매각을 공시한 파버나인(177830), 이화산업(000760), 윈하이텍(192390) 등은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또한 이들 중에서는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만큼 상장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곳도 눈에 띈다. KJ프리텍(083470)은 앞서 지난해 11월 총 발행주식 6478만3309중 6326만635주를 감자하기로 결정, 지난 2월 감자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 자기자본의 7%에 달하는 40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고, 사명을 ‘이엠앤아이’로 변경하는 등 쇄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재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스타모빌리티(158310)는 2019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31일 자기자본의 11.08% 규모에 해당하는 82억원어치의 토지를 매각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본잠식으로 인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한류AI센터(222810)코디(080530)도 마찬가지다. 한류AI센터는 140억원 규모의 토지를 팔아 전환사채 상환에 나섰고, 코디는 131억원 규모의 토지를 매각 결정했다. 각각 자기자본 대비 28.35%, 15.98%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속 상장사들이 ‘현금 보유’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업 외 핵심 자산이 아니라면 매각을 통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유상증자 등 주주에게 부담이 되기 이전 유휴자산을 정리해 우선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현재와 같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상장사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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