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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가 또? "비행기 사고 같아..일반인보다 범죄·사고율 낮아"

박지혜 기자I 2019.06.05 00:30: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 4일 조현병이 있는 한 남성이 3살 된 아들을 차에 태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가 남성과 아들은 물론, 정면 충돌한 승용차의 예비신부까지 목숨을 잃으면서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이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현병 환자의 범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공포가 있었다.

그러나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는 “오히려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율과 사고율이 일반인보다 낮다”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조현병에 대해 “환자 대다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설득이 안 되는 망상적 사고와 혹은 환청을 주된 증상으로 보이는데, 약을 꾸준히 먹으면 대부분 증상이 조절되면서 일상생활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 문제는 조현병 환자도 처음 한두 번은 약을 먹고 아무 증세가 없으니까 나았다고 생각하고 약을 빼먹게 되곤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발병하면 그때는 본인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니까 치료를 기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조현병도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처럼 약을 꾸준히 복용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도로에서 조현병이 있는 한 남성이 운전한 라보 화물차(왼쪽)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 차량은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그는 “조현병 환자 대부분은 피해의식이나 피해망상이 있게 되면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 더 문제가 된다”라며 “조현병이 있는 분들이 폭력적이라거나 범죄를 일으킨 경우에 그 중 과연 조현병이 기여하는 바가 많은지, 조현병이 아니더라도 폭력적인 성향이었는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건, 사고가 두드러져 보이는 데 대해선 “환자는 과거보다 늘어나지 않았다. 더구나 조현병도 2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 사이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구가 줄면 환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며 “과거엔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고 그 사람이 조현병 환자이면 범죄 통계에 포함하기보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는 식으로 통계에서 누락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부분이 없다. 또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라고 할 때 왠지 보통 범죄일 때보다 일반인이 관심을 많이 쏟기 때문에 더 부각된다. 만약 오늘 교통사고도 그 사람이 조현병 환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언론의 관심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비행기 사고가 굉장히 적지만 언론에 나오기 때문에 많은 분한테 비행기 사고의 확률을 물어보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실제 비행기 사고 확률보다 1000배, 또는 수백 배 많게 인지한다. 그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현병 환자를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혐오할 대상을 찾아가는 우리 사회 분위기도 있다. 보통 사회가 정체됐을 때 그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집단적 각성이 혐오라고 한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을 혐오하고, 여성은 남성을 혐오하고, 사회의 어떤 계층을 혐오하게 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일반적 혐오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성숙해야 한다. 그러면서 잘 생활하고 사회에 모범적인 조현병 환자의 사례가 조금 더 많이 알려져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없앴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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