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주가는 이날 22.42% 하락한 2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28.8%나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하루에만 5조4600억원, 나흘간 7조6400억원을 공중에 날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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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의 심사 대상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말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재평가해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는데 이게 타당한지 여부다.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해 만든 회사로, 바이오젠은 에피스의 지분율 ‘50%-1주’까지 보유할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비용보다 에피스의 지분 가치가 더 높은 ‘내가격(內價格)’ 상태로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 권리’를 갖기 때문에 지배력을 잃는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분율은 50.1%이지만 이사회가 동수로 구성되기 때문에 독점적 지배력을 상실한다는 논리다. 관계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0’이었던 콜옵션 부채를 시가로 계상한 것까지는 이견이 없는데 에피스 지분율을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방법을 변경했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제기된다. 그 결과 종속기업(에피스) 투자이익이 약 4조5000억원 발생한 데다 자기자본이 2014년말 6300억원에서 2조7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바이오 설립 후 첫 흑자다.
이런 회계처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이용됐는지가 고의성 여부를 가르는 핵심으로 꼽힌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가져가기 위해 제일모직이 46% 넘게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릴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심 대상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삼성바이오의 자체평가액은 3조원인데 시장평가액은 8조원 이상이라 괴리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했다는 삼성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박 의원실 측은 “2015년 8월 12일 내부문서에는 삼성바이오 가치를 저평가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 이슈가 생기고,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와 불일치해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나온다”며 이는 삼성바이오의 가치 부풀리기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부 문건을 고의 분식 증거 자료로 증선위에 제출하는 등 회계처리 변경에 고의적 분식이 있었단 의견을 냈다. 금감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엔 애초부터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2012년 설립 때부터 에피스를 관계사로 처리했어야 한단 의견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삼바는 2015년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즉, 2016년 11월 당시의 상장규정으론 코스피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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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가 회계처리에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삼성바이오는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 나온다. 유가증권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증선위가 검찰에 고발, 통보 조치를 의결한 경우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위반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자산총액 2조원 이상 법인 기준)이어야 한다. 증선위가 검찰 고발과 함께 회계처리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면 14일 결과가 나오자마자 매매 정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거래소는 15일 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하게 된다. 삼바는 6월말 자산총액이 3조7700억원인데 부풀려진 자기자본은 자산총액의 57%인 2조1000억원이 된다.
증선위에서 회계처리 위반으로 결론을 냈으나 중과실 이하라고 판단돼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는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7월에 고의적 공시위반으로 인해 검찰 고발이 이뤄졌으나 이번 회계처리 위반 심사는 앞선 공시 위반과는 별개의 건으로 본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다만 감리결과조치양정기준에 따르면 위법행위를 정정할 경우 상장진입 요건에 미달하거나 상장퇴출 요건이 되는 경우라면 ‘고의’로 보도록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애초부터 관계사로 봤어야 한단 금감원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콜옵션 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는 반면 에피스의 지분가치는 지분법 평가로 에피스의 적자가 그대로 반영돼 자본잠식에 빠졌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거래소가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게 2015년 11월 상장규정을 개정,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면서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인 회사로 상장할 수 있게 하면서 코스피에 입성한 터라 자본잠식 상태였다면 상장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회계처리를 정정했더니 당시의 상장 요건에 미달한 경우는 없었단 점도 삼성바이오의 상장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다.
거래소는 유가증권 상장규정 제48조2항3호 ‘상장 또는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에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이 거짓으로 적혀있거나 빠져있는 사실이 발견된 경우’에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단 규정에 삼성바이오가 해당하는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관련 규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여부로 검토된 경우는2012년 4월 중국원양자원밖에 없다. 당시 중국원양자원은 2009년 5월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등에 실질 최대주주를 거짓으로 기재해 금융위원회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거래소는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