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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민들이 부처 성적표 요구할 때가 됐다"

송이라 기자I 2018.04.23 06:00:00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인터뷰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는 나라가 책임지겠다는 것"
포항지진 미비점 보완 지진방재대책 4월중 내놓을 것"
"자치경찰제 수사권 조정과 별개, 주민 밀착 치안서비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담=이데일리 김정민 부장, 정리=이데일리 송이라 기자]“이낙연 국무총리가 워낙 잘하신다. 업무를 가지고 지적하는 거니 뭐라고 할 수도 없어요. 해당 사안에 대해서 히스토리를 장관이 꿰고 있지 않으면 호되게 질책하죠. 여러 질문을 퍼붓고 제대로 답을 못하면 ‘언론이라면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하게 돼 있다. 대답하지 못할 거면 나서지 마라’고 해요. 디테일이 없는 정책은 수필만도 못하다고 하시죠.”

김부겸(사진·60) 행정안전부 장관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 서울청사 행안부 장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지지 덕에 내각이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각 부처에 성적표를 내놓으라고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서 일 잘하는 장관으로 꼽힌다. 오랜 정치인 생활을 통해 쌓은 연륜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국민의 눈높에 맞춘 정책을 발빠르게 내놓는다. 예비소방관들이 유기견 구조 실습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규정대로 하든, 안 되면 대통령령으로 하든 임용 예정자들을 최대한 예우하겠다”며 했고 법안을 개정해 약속을 지켰다.

작년 11월 포항지진 때 김 장관은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수능을 연기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모이자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수능연기라는 과감한 결정이 내려졌다. 불편보다 안전을 우선한 결정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30만 곳을 대상으로 한 국가안전대진단 때도 현장에서 뛰었다. 지난달 28일에는 현장을 직접 찾아 보완이 필요한 곳을 지적하고 개선을 지시했다. 단순히 방문만 한 게 아니라 점검자 명단에 실명으로 서명했다. 점검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재난현장을 찾으면서 우리나라의 효율만능주의와 안전불감증을 통감했다고 한다. 특히 제대로 된 연구기관 하나 없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도 본지 인터뷰 직후 소방과학연구실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연구소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소방인력은 부족하고 시설은 미비하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복합치유센터도 없다. 소방을 연구하는 공무원이 10명 뿐이다. 지자체 소속 지방직이라는 이유로 소방에 대한 국가의 기본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김 장관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도 불구 소방공무원 인사권을 각 지방자치단체장에 위임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재난발생 시 1차 책임이 각 지자체에 있는데다 전체 지방직 공무원중에 소방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돼 인사권을 중앙정부가 행사하는데 따른 지자체장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6월이면 취임한 지 1년이다. 10개월간의 소회를 말해 달라

△민생현장을 더 자주 방문하고 국민들이 ‘가까이 있는 정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 ‘참사를 겪는 가족들 곁에 국가가 함께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 현안인 지방분권 개헌, 소방관 국가직화, 검경수사권 조정 등은 이제 결실을 봐야 할 시기다.

-취임 이후에도 재난·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안전대책은?

△지난 2월5일 시작한 국가안전대진단이 4월13일에 끝났다. 결과 분석 후 후속사항을 중점 발굴해 이행할 계획이며 안전점검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지자체 평가도 강화할 것이다.

화재와 지진 안전도 확보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화재 취약시설 17만여곳을 대상으로 일제조사를 실시하고 포항지진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한 지진방재 개선대책도 4월 중 내놓을 예정이다.

재난사고 예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난관리 선진국 일본에서는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의 소위 3조(助)라는 개념이 있는데 ‘나와 가족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자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5월에 있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5.8~18)과 지진대피 전국 민방위 훈련(5.16)에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드린다.

- 불시 현장안전점검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알고 있다. 국민도, 공무원도, 언론도 안전대책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장관이, 차관이 재난안전본부장이 현장에서 하는 일이 행정처분 하는 게 아니다. ‘오래된 소화가 바꾸세요’, ‘비상구 앞에 물건 쌓아놓지 마세요’ 얘기하고 온다. 불시점검은 계속 할거다. 점검 대상 30만개 중에 6만개는 직접 점검했다. 24만개는 자체 점검했다. 단 점검자와 확인자 이름 명기하라고 했다. 직원 이름 아무나 적지 못하게 했다. 일이 생기면 확실히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거다. 자체 점검한 곳 중 4000개를 무작위로 조사했는데 98%는 이상이 없었다. 앞으로 요주의 건물은 계속 불시점검을 나갈 것이다.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취지는 좋지만 채 입법·재정권만 준다고 능사는 아니다.

△동의한다. 같은 기초지자체라도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인구 3만명 미만의 군과 100만명 이상이 밀집한 대도시의 환경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적 분권만 이뤄지면 지금까지 중앙정부에 크게 의존하던 가난한 소규모 자치단체는 빈사상태에 빠진다.

이에 중앙으로부터 권한과 재원을 넘겨받는 수직적 분권과 함께 여유있는 지자체로부터 가난한 지자체로 재정을 조정하는 수평적 분권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도 자치단체간 연대의무가 포함돼 있다.

- 인사·조직권을 지자체장에 부여한 소방 국가직화는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있다.

△제천, 밀양 화재와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간의 피해 차이를 보지 않았나. 제천과 밀양에선 인력과 장비부족으로 막대한 피해가 났다. 화재·재난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지역별 편차 없이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국민안전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화재에 대한 1차 대응 책임은 각 지자체에 있고 좋든 싫든간에 소방공무원의 절반은 시·도 공무원이다. 그들의 인사권과 지휘권을 국가가 모두 가져오는 것을 지자치장들이 좋아할 리 없다. 지역간 소방력 격차를 줄이고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에 국가가 힘을 보태는 동시에 소방직에 대한 시·도지사 지휘·통솔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세부방안을 조율 중에 있다.

-자치경찰제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자체경찰제는 자치분권의 이념과 원칙 하에 추진돼야 할 사안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는 완전 별개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검경 수가권 조정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다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면적 자치경찰제는 자칫 국각 전반의 치안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자치경찰과 국가경찰간 임무를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는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자치경찰이 맡고 국가경찰은 중대범죄, 국가안전, 대테러 등 전국단위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958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구 경북고를 나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 장관은 1986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간사, 19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 등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1991년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제 16대부터 17·18대 국회의원(경기 군포)을 지냈다. 이후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경북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해 3수 끝에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대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으나 곧 물러나고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다. 2017년 6월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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