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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불참 속 ‘노발대발’ 건배사에 추어탕 만찬까지 소통의 130분(종합)

김성곤 기자I 2017.10.25 00:19:56

24일 취임 이후 첫 노동계 만남…민노총 불참에 반쪽 회동
한국노동 지도부와 사전환담 45분 이어 공식 만찬회동 85분
‘노발대발’ 건배사에 분위기 화기애애…폭넓은 노동현안 논의
추어탕, 콩나물밥, 가을전어 등 만찬메뉴 이번 회동 의미 더해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만찬’에 앞서 차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노동계 지도부를 만났다. 민주노총의 불참 통보로 반쪽짜리 회동에 그쳤지만 문 대통령은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노동존중사회 실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민노총의 불참과 관련, “노동계 다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다음 기회에는 같이 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계 대표단 초청 청와대 만찬회동은 1,2부로 나눠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김주영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지도부와 본관 접견실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15분까지 약 45분간 비공개 사전환담을 갖고 사회적 대화 복원 및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본관 접견실은 주로 정상급 외빈 접견 때 이용하는 곳이다. 청와대가 노동계 예우 차원에서 성의를 보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 초청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오늘 노동계와의 대화가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제안한 8자 회의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정위원회와 함께 노사정 대표자 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한국노총은 무엇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산입하고 특례업종을 줄임으로써 노동시간 단축을 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국회의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장 바람직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대법원의 판결이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일·가정 양립, 나아가 저출산·고령사회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전환담 이후에는 청와대 본관 충무실로 자리를 옮겨 2부 공식 만찬이 시작됐다. 6시 30분부터 7시 55분까지 약 85분간 이어진 만찬에서는 노동 현안에 대한 폭넓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노발대발’이라는 건배사가 대박을 쳤다. 김 위원장의 재치있는 입담에 주변에 폭소가 터진 것. 김 위원장은 “건배사를 하라고 제안을 해줬기 때문에 건배를 제안을 드리겠다”며 “저는 ‘노발대발’로 하겠다.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아”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이 이어 “한편으론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하자 문 대통령은 “하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청와대 측이 노동계를 위해 준비한 만찬 메뉴도 이날 회동의 의미를 더했다. 식전 티타임에서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이름의 홍차가 나왔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해외정상들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특별제작한 블렌딩차로 이날 회동에서 첫 선을 보였다.

만찬 주 메뉴로는 추어탕, 콩나물밥, 가을전어가 나왔다. 우선 추어탕은 청계천 옆에서 80년 넘게 운영돼온 ‘용금옥’에서 공수해온 것. 서민의 가을철 보양식으로 상생과 화합을 상징한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또 전태일 열사가 즐겨먹은 것으로 알려진 콩나물밥이 만찬 메뉴에 오른 것도 이색적인 점이다. ‘가을전어’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노동계의 참여를 호소하는 의미도 담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사회적 대타협 기반 조성을 위해 노동계를 국정 파트너로 대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전 보수정권과는 달리 노동계와는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한 10년 정도 우리 노동은 아주 소외되고 배제됐다. 노동이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노동계와 정부가 입장은 달라도 어떤 큰 목표는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오늘 만남은 노정이 국정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회복하는 아주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노사정 공동의 노력과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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