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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술집서 순하리 안 들여놓는 이유

김태현 기자I 2015.12.31 06:00:00

종류만 많고 다 팔리지도 않아 재고 부담 커
과일소주 한 종류만으로 과일소주 수요 충분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한때 유흥가 주점 냉장고 명당자리를 차지했던 롯데주류 ‘순하리’와 무학(033920) ‘좋은데이 컬러’ 등 과일 소주들이 최근 원조 소주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하이트진로(000080)의 자몽에이슬만이 살아남아 과일소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판매를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두 달 동안 ‘1800만병 판매’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불렸던 순하리의 위상이 초라하기만 하다.

주점에서 원조 순하리는 외면받고 자몽에이슬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순하리의 종류가 많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순하리 시리즈는 유자, 복숭아, 그린, 사과에 최근 패트병으로 출시된 소다 등 모두 5종이다.

종류가 많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골라 마실 수 있어서 좋지만 음식점이나 주점 점주 입장은 다르다. 종류가 늘어난 만큼 재고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소주는 유통기한이 없어 버리지 않는 이상 주점 창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후발 주자이면서도 발 빠르게 다양한 맛을 선보인 무학(033920)의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역시 근래 주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이유도 순하리와 같다. 무학은 지난 5월 처음 좋은데이 컬러를 선보인 이후 다섯 달 동안 총 6개의 과일소주 제품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유자나 복숭아 맛처럼 인기 있는 순하리 제품만 들여다 놓으면 될 것 같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주점에서 소주를 판매하려면 주류도매상에서 소주를 주문해야 하는데 발주 과정에서 인기 없는 순하리 종류까지 껴서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점들은 종류가 하나인 자몽에이슬만 발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꺼내기 가장 좋은 냉장고 높이인 이른바 냉장고 로열층은 다시 기존 소주와 맥주가 차지했다”며 “나머지 공간을 가지고 과일소주끼리 경쟁해야 하는데 종류만 많고 자리만 채우는 제품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이 하이트진로의 ‘발목’도 잡고 있다. 자몽에이슬 외에 다른 과일소주를 내놓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사과에이슬’, ‘청포도에이슬’, ‘홍사과에이슬’ 등 다양한 맛의 과일소주 상표를 출원했지만 지난 6월 자몽에이슬 이후 후속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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