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NOW] 킨더모건, 마스터 합자회사의 흥망(下)

이정훈 기자I 2014.08.29 06:00:01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NOW] 킨더모건, 마스터 합자회사의 흥망(上)편에서 이어집니다.

북미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정유시설, 저장시설 등 미드스트림(Midstream) 분야 최대 기업이자 최초의 마스터 합자회사(MLP)였던 킨더 모건이 그 특권적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기로 한 결정은 금융시장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파장은 MLP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나머지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미치고 있다.

MLP와 주식회사 비교
◇ 특혜받은 MLP..`10년새 10배로`

사실 지난 2001년 미국 정부가 허용한 에너지 관련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마스터 합자회사(MLP) 허용은 일종의 특혜였다.기업들은 이같은 정부의 배려로 미 국채만큼 안전하면서도 그 이상 높은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는 최고의 안전자산이었다. 실제 이 기간동안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가 3% 정도의 수익률을 제공한 반면 미국내 MLP들은 평균 5%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제공했다.

MLP의 구조는 대개 이렇다. 최대 98%의 자본을 대는 유한책임사원(LP)들은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의결권도 가지지 못하는 대신 무한책임사원(GP)과의 계약을 통해 분기별로 최저 배당금을 보장받는다. GP는 경영에 참여하는 대가로 최저 배당금액을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 때 한 명의 주(主)파트너(master partner)가 회사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연도별 MLP 기업수와 주식시장 시가총액 추이(단위: 개, 억달러, 자료=웰스파고)
MLP는 원유와 가스 운송과 저장시설 등 실물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자회사인 운영회사를 통해 보유하는 이원적 구조로 설립된다. 이 때문에 자원 개발과 운송, 처리 등 특정 사업활동에서 수익 90% 이상을 벌어들이는 MLP는 이익을 전달하는 통로(pass-through)로 인식돼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일반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로부터도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 수수료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덕에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해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이 덕에 MLP는 주식시장에서 높은 프리미엄(웃돈)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2003년 460억달러에 불과했던 에너지 관련 MLP 시가총액은 10년만인 지난해 10배가 넘는 464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상장 기업수도 32곳에서 107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 뒤바뀐 환경..출구전략 본격화?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달라진 상황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당초 정책 취지와 달리 셰일가스 혁명으로 국내외 민간 기업들의 투자가 물밀듯 유입되자 미국 정부도 이제 MLP에 제공한 특혜를 거둬들일 모양새다. 최근 미 재무부는 “MLP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MLP들로 인해 정부 세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진 뒤 MLP 업계가 휘청거렸다. 기존 MLP는 안전하다지만 올해 정부가 더이상 신규로 MLP를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S&P500지수와 JP모건체이스가 산출하는 MLP 대표지수인 앨러리언 MLP지수 추이. 최근 MLP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보였다. (자료=FactSet)
마침 지난 4월부터 미 국세청(IRS)이 소리 소문없이 신규 MLP 설립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도 뒤늦게 들려왔다. 존 코스키넨 IRS 신임 청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일시 중단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후 “MLP 추가 승인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스탠스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다음은 시중금리 상승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시중금리가 뛰자 MLP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 또 현금흐름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관련 MLP들은 신규 프로젝트와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LP들은 배당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신 회사채를 찍어서 감당하자니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끝으로 구조조정의 이점이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회사를 합쳤을 때 더 많은 투자자 풀이 생길 수 있고 낮아진 자본 비용을 자금을 조달해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신규 투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인지 딜 로직에 따르면 올해 새로 설립돼 기업공개(IPO)에 나선 MLP 숫자는 11개에 불과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에너지 MLP가 허용된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기록될 전망이다.

브라이언 래스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결국 킨더 모건이 MLP 구조를 포기한 결정은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MLP에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에너지 인프라 기업들도 킨더 모건의 뒤를 따라 MLP를 포기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덩치가 큰 대형 에너지 인프라 기업들 가운데 에너지 트랜스퍼 파트너스와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 마크웨스트 에너지 파트너스 등 3개업체를 꼽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