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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중동…불안한 세계경제

조선일보 기자I 2006.08.04 07:41:17

유가↑ 주가↓ 경기↓… ‘도미노 폭탄’ 우려
이란·시리아 참전 여부가 제일 큰 변수
금리까지 올리면 스태그플레이션 올수도

[조선일보 제공]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간의 교전이 장기화·격화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세계 경제에도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사태가 양국만의 충돌로 끝날 경우 세계·국내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시리아·이란 등이 참전해 확전(擴戰)될 경우 유가급등-물가상승-주가하락-세계경제 동반침체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상무는 “현재로선 중동 전체로의 확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국내·세계 경제가 잠재적인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전 때는 유가급등 불가피=미국 무디스의 경제정보 사이트 ‘이코노미닷컴’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 직후 “국제 유가(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기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전투를 벌이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석유와는 무관한 나라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맞서 이란이나 시리아가 참전, 불씨가 중동 전체로 퍼진다면 유가에도 심각한 영향이 올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공격 전 배럴당 74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공격 직후 76.7달러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등락을 거듭 중이다. 대외경제연구원(KIEP) 박복영 연구원은 “중동 확전에다 최근 우려되는 미국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피해가 겹친다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유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경우 미국이 이를 막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전 세계 주식시장에 들어가 있던 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어, 세계 주식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투자자들의 위험 혐오증을 촉발시키면서 2000년대 초반 IT 거품붕괴 이후 최대의 주식 매도 공세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에 대해 대외경제연구원 박복영 연구원은 “미국은 최근 경기부진 조짐 때문에 유가가 올라간다고 해도 쉽게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고개 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감=안 그래도 세계 경제는 불안하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3일 발표한 3분기 세계 ‘기업신뢰지수’가 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세계 경제 침체의 우려감을 짙게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6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11년래 최고치(0.2%)를 기록하는 등 물가도 세계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물가 압력에 대응해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금리인상 도미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일 보고서에서 “한국도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확전이란 화약고에 불이 지펴질 경우, 세계 경제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1차 오일쇼크 정도의 충격?=LG경제연구원은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에서 유가가 더 오른다면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미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유가상승이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원유를 대부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 들어 연평균 전망치가 배럴당 64달러인 중동산 두바이유가 연평균 68달러까지 올라갈 경우 국민들은 1974년 1차 석유파동기와 비슷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2일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이미 70.5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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