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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청약통장 공인인증서 비번만 알려줬어도 주택법 위반”

박정수 기자I 2023.11.06 06:00:00

2000만원 받고 청약통장·공인인증서 비번 넘겨
“신용조회 한다고 해 인증서 비번 알려줬다” 주장
1·2심, 벌금 1000만원…“공인인증서 양도로 봐야”
대법, 상고 기각…“반성도 없어 벌금형 부당하지 않아”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청약 브로커에게 입주자저축 증서인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청약통장)에 관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만 알려줘도 주택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법원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4월 초순 서울 강서구에 있는 A씨의 주거지에서 청약브로커 B씨와 C씨로부터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넘겨주면 2000만원을 주고, 이후 아파트가 당첨되면 계약 시 2000만원, 중도금 대출을 받을 때 2000만원, 전매제한이 끝나서 명의를 이전해 줄 때 4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명의 입주자저축 증서인 청약통장과 연계된 공인인증서·주민등록 등본·초본, 인감증명서 등 아파트 청약에 필요한 서류를 브로커 B씨에게 양도하고 그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았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청약통장과 연계된 주민등록 등본 등을 브로커 B씨에게 양도한 후 이를 다시 반환받기로 해 당첨에도 분양계약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입주자저축 증서의 양도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 측은 브로커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주택법 위반죄는 입주자저축 증서의 양도와 동시에 기수에 이르고 이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다시 이를 반환받거나 분양계약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양형상 참작할 사유에 불과할 뿐 이미 성립한 범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입주자저축 증서를 반환받기로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대가로 지급받은 2000만원은 브로커에게 반환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해 양형상 참작할 사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심에서 “브로커에게 공인인증서를 넘긴 기억은 없고 신용조회를 한다고 해 청약통장에 관한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만 알려줬을 뿐”이라며 “공인인증서나 청약통장을 주지 않았으므로 입주자저축 증서를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비밀번호를 알려 준 다음 브로커가 청약과 관련한 계약서를 미리 작성해 보여 줬으나 피고인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이니 계약서를 돌려달라고 했으므로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청약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 명의로 아파트 청약이 이뤄져 당첨됐다”며 “피고인이 직접 청약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 명의로 아파트 청약이 이뤄지려면 청약 전에 공인인증서가 양도됐어야 한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2000만원의 이익을 얻었고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참작하면 1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주택법 위반죄의 성립, 중지미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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