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8일 인천서부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A주물업체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공장 한 켠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제작된 금속 제품이 잔뜩 쌓여있고 지게차·운반차량들이 가끔씩 오가고 있지만 제조업 현장의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이른 더위에 뜨거운 불까지 사용하다 보니 직원들의 표정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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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103억달러(약 13조3900억원)를 웃돌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수치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상반기 무역적자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인했는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수출액 증가세도 꺾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A업체의 경우에도 거래선 다변화와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미국 등으로 금속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최근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있고 원자잿값과 물류비 급등으로 오히려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A업체 대표는 “몇 개월 전부터 미국 거래처에서 경기침체의 시그널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동안은 거래처에서 워낙 바쁘다고 제품을 어느정도 가공해서 보내라고 했는데 이제는 자기들도 일감이 좀 줄면서 가공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가공하겠다고 제품만 그냥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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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수출 기업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납품 대금으로 받는 달러의 환차익을 보게 되지만 가격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이런 혜택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A업체 대표는 “옛날에나 환차익을 볼 수 있었지,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며 “환율 1100원대에 미국 업체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는데, 1300원으로 오르니 바로 거래처에서 납품가격 내리라고 압박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또다른 주물업체 천안의 B사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상반기 회사의 전체 원부자재 비용이 전년대비 70%나 오른 상황이라 납품가격을 올리려고 하면 발주가 끊겨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B업체 대표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량 중 오스트리아 거래처에 올해부터 제품가격을 계속 올려달라고 했는데 받아주지 않아 우리가 당분간 물량을 발주하지 말라고까지 했다”며 “오스트리아를 포함해 유럽 수출 물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물류비도 수출 중소기업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초 2500선을 넘기며 전년대비 2배 넘게 올랐고, 올 초에는 5000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북에 있는 C단조업체의 경우 수출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데 물류비 급등으로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업체는 자동차 변속기와 바퀴에 들어가는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태로 만들고 정밀·가공해 해외 자동차 부품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미국으로 운반하는 컨테이너 하나당 2700달러였던 운임비용이 1만70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 물류비로만 나간 비용이 50억원에 달했다.
C업체 대표는 “물류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미국 거래처에 호소해서 물류비를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원래는 지난 연말까지만 지원해주기로 했던 것이 물류비가 꺾이지 않아 지금까지도 계속 지원받고는 있지만 이와 관련해 잡음이 많다”며 “국제유가 상승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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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수출 협력을 호소하는 한편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물류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C업체 대표는 “포스코에 소재비와 물류비 급등 관련 협력을 호소한 결과 포스코와 협조 체제를 갖추고 다양한 지원책을 받고는 있다”면서도 “수출 비중이 높은 북미나 유럽에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공동으로 물류단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