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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시대 방위산업]③무기SW 지재권 보호 안돼, 유지보수 제도도 無

김관용 기자I 2018.03.12 05:00:00

무기체계SW, 해외서 빌려와 수출통제 및 이익 줄어
국내 업계, 관련 제도 미비로 기술 개발 꺼려
무기체계SW 개발업체의 지식재산권 보호해야
무기체계SW 유지보수 개념도 없어, 예산반영 필요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던 국가에서 세계시장에 자랑할 만한 ‘명품’ 무기를 개발하는 국가가 됐다. T-50 항공기와 K-9 자주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 등 핵심기술은 해외로부터 빌려온 탓에 기술을 이전해 준 국가로부터 수출 통제를 받고 수출을 해도 별로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방위산업체들은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등 핵심기술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지만 도전을 꺼리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하더라도 반대 급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업체가 개발했어도 정부가 소유

현재 무기체계 개발은 정부 투자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체가 실제 개발했어도 지식재산권이 정부에 귀속된다.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방위사업법과 국방과학연구소법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무기체계 개발 사업의 경우 양산에 참여하는 업체는 이 기술을 활용해 무기체계를 만들어 정부에 납품한다. 해외에 수출하는 경우에도 업체는 ADD에 기술료를 지불해야 한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항공기동에서 태국에 수출 예정인 T-50TH 항공기가 조립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앞은 우리 육군에 인도될 수리온 헬기 조립 모습이다. [사진=이데일리 DB]
업체 주관 무기체계 개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식재산권을 갖고 무기체계 개발 업체는 사업기간 동안에만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업체가 자체적으로 투자해 기술을 개발했어도 정부가 구매해 줘야 개발비를 보상받을 수 있고, 사업 종료후 지식재산권이 정부에 자동적으로 반환된다는 의미다. 국내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업체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적재산권이 인정된 소프트웨어라도 무기체계나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기능이 추가될 경우 추가된 기능의 지적재산권은 국가나 ADD가 소유토록 계약조건에 반영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활용의 문제도 업체들의 참여를 꺼리게 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연구결과물 소유 및 활용 체계 개선 필요

주요 선진국들은 연구기관이 연구개발 결과물을 소유하고 정부는 ‘실시권’을 확보해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실시권은 특허권자 이외의 자가 해당 특허발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전용실시권과 통상실시권으로 구분된다. 전용실시권은 설정 계약의 범위 내에서 특허 발명을 독점 배타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다. 통상실시권은 전용실시권과 달리 특허를 여러 사람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국방기술을 포함한 국가연구개발 사업에서 미국의 경우 지식재산권은 연구기관이 소유하지만 정부가 통상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정부개입권’을 통해 발명을 보유한 비영리 기관이나 기업이 발명의 직접 실시나 제3자 이용에 소홀할 경우 이용 허락을 요구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미국과 유사하게 연구기관이 특허권을 소유하며 정부가 일정한 실시권을 보유한다. 예외적 국가 소유는 산업계가 동의하고 특정한 상황에만 적용된다.

프랑스의 경우 지식재산권을 정부가 보유할 경우 업체는 실시권을 갖는다. 이와는 반대로 업체가 소유권을 가질 경우 정부는 실시권을 가질 수 있다. 이스라엘은 국방성 자금 지원 연구결과나 정부 자체 연구결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취득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기술의 민간 활용으로 이스라엘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국방기술 분야 지식재산권 정책이 소유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조건에 관계없이 연구개발 업체들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해 연구개발에 참여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역시 지식재산권 소유와 활용 문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최근 방위산업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업체 투자 활성화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업체와 공유해 국내 개발을 우선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해 11월 대천사격장에서 열린 공군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개발한 항공기 요격용 천궁 블록-Ⅰ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군]
◇“전력화 이후 3~5년, SW 유지보수 예산 반영 필요”

무기체계 소프트웨어에 대한 유지보수 제도가 미비한 것도 문제다. 무기체계 전체의 수명주기 비용을 따져봤을 때 연구개발과 생산에 드는 비용이 40%라면 운영유지비용은 60%에 이른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경우 무기체계 전력화 이후 소프트웨어 자체의 결함 수정과 운용교리의 변경, 상호운용성 개선, 하드웨어의 변경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장관리 정보체계 소프트웨어의 경우 유지보수 예산이 어느정도 반영돼 있지만, 무기체계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유지보수는 이에 대한 개념이 없어 예산 역시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특성상 작전운용성능을 만족하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유지보수 단계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장형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를 위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제도 정착을 위해선 유지보수 대상과 수준을 분류하고 이에 따른 수행기관을 정해야 한다. 또 개발 시부터 유지보수를 위한 테스트베드와 시험장비, 코딩 검증, 재사용을 위한 시설 등 기반 구축도 필요하다.

업체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에 대한 이슈가 증대되고 있지만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왔다”면서 “무기체계 개발 예산 편성시 전력화 이후 3~5년 정도는 방위력개선 사업으로 무기체계 소프트웨어에 대한 유지보수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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