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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뒷짐진 공권력에 무너진 법치...이런 게 엄정대응인가

논설 위원I 2023.05.19 05:00:00
민주노총이 16∼17일 서울 도심에서 벌인 ‘1박 2일 집회’는 뒷짐진 공권력을 그대로 보여준 난장판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2만 5000여명이 평일 낮 도심 한복판에서 도로를 막고 집회를 벌이는 바람에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 야간에는 인도와 광장에서 노숙하며 술판을 벌이고 고성방가를 외쳤다. 이들이 남긴 토사물과 100t가량의 쓰레기를 미화원들이 치우는 데 한나절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무법천지, 아수라장이 따로 없을 정도다.

하지만 경찰은 지켜보기만 했다. 차량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거나 최소한 제한할 수 있도록 집시법 12조는 규정하고 있다. 음주소란, 노상방뇨, 쓰레기 투기는 엄연히 경범죄 처벌 대상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집행을 포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노조에 대한 느슨한 대응이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어제 윤희근 경찰청장이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등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뒷북 대응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법원의 납득할 수 없는 결정도 논란이다. 법원은 경찰이 내린 야간 행진 금지 통고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신청을 조건부로 받아주면서 결과적으로 불법집회의 길을 열어주었다. 인원수, 야간 행진 시간을 모두 제한하는 조건을 붙였지만 노조는 꼼수와 편법으로 이를 무시했고, 경찰의 제재도 없었다. 법원은 지난해 4월과 10월에도 서울 도심집회에 대한 경찰의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조건부로 받아주었지만 결과는 불법과 일탈이었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과 상식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법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이 무력화되면서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다.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시민 불편을 먼저 생각해 집회 시간과 장소, 소음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법규를 위반할 경우 강력히 사법처리할 일이다. 시위대의 도로점거와 확성기 소음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집시법도 현실에 맞게 대폭 다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노조의 무법 폭주를 막는 길은 결국 법치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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