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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①협상서 '감정'은 자산…신뢰가 'YES' 부른다

윤정훈 기자I 2021.05.12 05:00:00

지상강의 : ‘승자의 협상법’ 6강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들라’
상대방의 유형을 잘 파악한 후에 협상 시도하는 것 중요
같은 부탁이라도 호감 가는 사람에게 YES를 한다
사람은 감정적인 이유로 결정하고 논리적인 이유를 찾는다

오늘의 강연 및 지성인

☆승자의 협상법

협상력은 비즈니스의 성공과 직결된다. 우리는 매일같이 협상을 하고 상대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협상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다. 그동안 본능과 경험에 의존해온 협상을 체계적인 원칙과 실전 사례로 접근해 나도 상대방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승자의 협상법을 전략적 협상가의 견지에서 분석한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

한국과 홍콩의 글로벌 기업과 로펌에서 풍부한 협상경험을 쌓고 하버드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을 이수한 협상전문가다. 현재 법무법인 율본 기업전담팀을 이끌고 있으며, 비즈니스 협상전략그룹의 수석전문가로 기업과 정부에 협상 컨설팅 및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이 있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승자의 협상법’ 6강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들라’ 편을 강연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윤정훈 기자] 협상전문가인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신뢰받을 수 있는 ‘메신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감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할 때 우리는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 같지만 감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류 변호사는 ‘위대한 생각: 승자의 협상법’ 여섯 번째 주제로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들라’를 선정했다.

상대방의 성향 파악을 먼저 끝내라

협상은 결국 상대방과 서로 만족하는 협의점을 찾는 의사소통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성공적인 협상의 필수조건이다.

협상 상대방의 유형은 △영향력표출형 △성과주도형 △관계배려형 △정보분석형 등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영향력표출형은 외향적이면서 관계를 중요시하고,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성과주도형은 결과 중심으로 움직인다. 관계배려형은 주로 내성적이고 관계가 멀어지거나 불편해지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유형이다. 정보분석형은 내성적이면서 성과중심적인 유형으로 근거를 중요시한다.

류 변호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대표적인 성과주도형”이라며 “이런 사람과 협상을 할 때는 사전에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부터 파악하고,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때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영향력표출형은 존재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핵심적 욕구를 파악해서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관계배려형은 성과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보분석형은 어떤 수치와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것인가를 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을 파악했으면 우리 팀의 성향에 대해서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류 변호사는 “팀 내에서 상대방의 캐릭터와 잘 맞는 사람이 있는지 파악해서 협상에 나서면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 수 있다”며 “나의 관점, 상대방의 관점, 조직 내부의 관점에서 고민해 협상 전략을 세우면 효율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RIDA 협상성향분석자료(자료=류재언 변호사 제공)
사람들은 대개 부탁을 받았을 때 논리적으로 거절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령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에게 똑같은 메시지와 부탁을 받았다고 하자. 이성적으로는 똑같은 대답을 해야 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A에게는 ‘예스’(Yes)를, 내가 싫어하는 B에게는 ‘노’(No)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방식은 협상에서도 통용된다. 우리는 뜻밖에 감정적인 이유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류 변호사는 “채용이나 예산 등을 집행하는 등 다양한 경우에 있어서 감정적이고 호감적인 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로 의사결정을 한다”며 “이후에 이유로 적절한 수치와 데이터, 논리를 붙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변호사는 “과거에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협상하는 것이 프로페셔널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최근 협상의 흐름은 감정을 배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활용해야 할 자산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자료=강사 제공)
데이터보다 호감도를 활용하는 것이 설득력 높아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은 세 단계를 거친다. 감정→인식→행동 순이다. 류 변호사는 “설득하기 위한 대화를 할때 저 사람이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를 파악하고 인식 차원으로 넘어간다”며 “이후 저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지를 보고, 책임감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행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협상을 떠올리면 우리는 정보 전달을 먼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류 변호사는 “정보라는 팩트를 상대방에게 오해없이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정보를 전달하기 전에 나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후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설득을 잘하는 ‘최고’들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호감도을 갖게 한다. 과거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그랬고, 최근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런 유형이다.

류 변호사는 “진짜 협상의 대가는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전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호감을 준다”며 “메신저에 대한 호감이 큰 만큼 상대방은 큰 신뢰를 갖게 된다”고 했다.

이는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인 로버트 치할리니 교수가 말한 초전설득 개념과 같은 맥락이다. 초전설득은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 전에 그것을 받이들이도록 하는 사전과정을 뜻한다.

류 변호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상대방이 나에 대해 호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만드는 사전작업이 중요하다”며 “어떻게 우호적인 감정을 이끌어 낼지,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도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약속 시간보다 미리와서 인사를 나누고 티타임을 진행하면서 사적인 대화를 하는 식이다. 협상 중간에 커피와 샌드위치 등 먹거리를 두는 것도 상대방을 위한 배려다. 해외나 지방에서 온 상대방에 대해서는 교통편과 숙소를 준비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협상 이후에도 내용을 잘 정리해서 이베일로 보내는 등 작은 디테일과 센스 있는 행동이 나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자료=강사 제공)
‘팩트 폭격’ 대신 쿠션을 이용하라

호감도를 올리는 것만큼 부정적인 말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 단순히 팩트라고 해서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팩트를 기반으로 하되 쿠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류 변호사는 “부하직원이나 자녀들에게 개선할 부분을 분명히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며 “이럴 때 ‘팩트 폭격’을 하면 상대방은 내가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해 메시지 전달이 안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저도 어린 딸한테 개선할 부분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딸은 메시지를 전달받기 보다는 실망감을 표한다”며 “의도적으로 감정적인 쿠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적인 쿠션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함이 있다는 걸 먼저 표시하고, 조심스럽게 지적 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는 데 있다.

류 변호사는 “협상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팩트를 충분히 준비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 나에 대한 정보 전달자에 대한 호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발코니로 가라’

감정은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지나친 감정은 독이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런 전략을 협상에서는 ‘고 투 더 발코니’(Go to the balcony)라고 부른다.

류 변호사는 “협상이 감정으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때는 협상 테이블을 떠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마치 오페라하우스의 공연을 4층에서 보면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했다.

이어 “눈앞의 협상에 매몰돼 감정이 표출될 때는 뒤로 물러서서 본인만의 루틴으로 감정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며 “담배를 피거나 음악을 듣거나 세수를 하는 등도 방법이고, 중요한 부분이 헷갈리면 의사결정권자와 통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협상을 잘하고자 한다면 감정적인 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감정이나 기분이 내 협상 테이블에서 태도로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류 변호사는 “협상에 있어서 결과적인 부분은 내가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태도가 좋지 않다는 지적은 신뢰 측면에서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대한 생각’은…


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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