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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면서 일선 대리점들은 기존 고객사를 지키고, 신규 고객 영업을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롯데와 한진, 로젠 등 업체의 대리점들은 CJ 대비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는 “롯데와 한진이 CJ대한통운보다 100원, 150원 낮은 가격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정직하게 본사 지침을 따르다가는 주요 고객을 다 뺏길 실정”이라고 했다.
한진택배 대리점 관계자는 “1800원 이하로는 원칙적으로 받을 수 없지만, 일부 대리점에서 중요 고객사를 잡기 위해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이전 코드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형 고객사는 떠나면 안되기 때문에 이들 업체를 인상하는 것을 일부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 업계는 대부분 가격 인상 이후 물동량을 매일 확인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택배 물동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오랜기간 집콕하던 사람들이 봄부터 활동을 시작하면서 택배 주문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택배비까지 인상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물동량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대형화주(고객)에 택배비 현실화 방향을 잘 설명하면서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발한 일부 대리점들은 모든 고객사에 일률적으로 단가 인상하기 보다는 유예기간이나 예외 등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택배비 현실화에 대해 취지를 잘 설명하면서 대형 화주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만 예외를 두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방향은 모든 업체에 대해 택배비를 인상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서 최저 택배비와 택배비 인상 등을 일괄적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장경쟁으로 맡겨 놓으면 치킨게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한국 택배 업계는 가격으로만 경쟁하기 때문에 자율경쟁에 맡겨놓으면 택배비 인하 경쟁이 재개될 게 뻔하다”면서 “한국은 20여개 택배업체가 있는데 일본이나 미국처럼 2~3개 업체로 시장을 재편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