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콕’] 즐거움이 꽃피는 화려한 거리로의 변신

강경록 기자I 2020.05.10 06:00:00

전북 익산시 ‘익산문화예술의거리’
한국관광공사 5월 추천가볼만한 곳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Go100Star의 로맨틱한 포토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차역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연스레 상업 시설이 들어서고 거리가 번창한다. 더 많은 기차가 멈춰 설수록 기차역 주변은 활기를 띤다. 호남 철도 교통의 관문으로 통하는 익산역이 그렇다. 역 건너편에 익산문화예술의거리가 형성됐다.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활용한 익산근대역사관부터 젊은 연인을 위한 데이트 명소, 지역민의 오랜 맛집까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과거 영정통으로 불렸던 익산의 오랜 번화가 문화예술의거리


◇일제강점기의 작은 명동 ‘중앙동’

1900년대 익산에 신문물이 쏟아졌다. 교회와 성당이 세워지고, 일본인이 들어와 대규모 농장을 설립했다. 1912년에는 이리역(지금의 익산역)에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천지개벽이었다. 익산문화예술의거리가 자리한 중앙동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작은 명동’으로 통했다. 일본식 지명 사카에초(榮町)가 오래도록 남아, 지금도 어르신들은 이곳을 ‘영정통’이라 부른다. 해방 후에도 기차역 상권은 건재했다. 매일 수만 명이 드나들고 밤새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그러나 2000년대 신도시 개발과 함께 상권이 조금씩 옮겨 가면서 구도심은 위기를 맞았다. 이에 익산시가 낡고 버려진 상점을 문화 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빌려줬다. 갤러리와 공방이 하나둘 문을 열고, 익산아트센터가 운영하는 Go100Star(고백스타)에 익산근대역사관까지 들어서면서 거리는 생기를 되찾았다.

익산근대역사관은 1922년에 세운 익산 중앙동 구 삼산의원(등록문화재 180호)을 옮겨 개관했다. 삼산의원은 이국적인 포치와 아치형 창문, 전면의 화려한 장식이 당시로는 꽤 파격적인 건물이었다. 일본인이 과시하듯 지은 건물이 아닐까 싶었는데, 독립운동가이자 의사 김병수가 그 주인이다. 군산과 서울 등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한 그는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삼산의원을 개원해 열악한 의료 환경에 놓인 식민지 백성을 돌봤고, 한국전쟁 때는 부산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했다.

근대 익산의 역사를 살펴보는 여행자


◇일제강점기의 가슴 아픈 흔적 속으로

익산근대역사관으로 다시 태어난 삼산의원은 근대 익산의 다양한 변화와 일제강점기의 가슴 아픈 수탈, 뜨거운 항일운동의 흔적을 차례로 돌아볼 수 있다. 건물 뒤쪽에 복원 이전의 형태가 일부 남아 있다. 원래 건물을 103개 부분으로 해체해서 옮긴 뒤 조립해, 문화재 이전 복원의 특수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익산문화예술의거리 한가운데 자리한 Go100Star는 포토 존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글귀만큼이나 로맨틱한 눈빛의 남학생과 옅은 미소를 띤 여학생이 풋풋한 고백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서동과 선화공주, 아사달과 아사녀, 소세양과 황진이 등 유난히 많은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익산이 아닌가.

Go100Star는 연인이 귀여운 잠옷도 빌려 입고 앙증맞은 소품을 활용해 재미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꾸몄다. 프러포즈의 방, 사랑의 감옥 등 테마도 다채롭다. 출구에 자리한 ‘사랑의 등기소’에서는 커플·부부등록증을 발급해준다. 아쉽지만 익산근대역사관과 Go100Star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관 중이다.

직선거리로 500m 남짓하지만, 익산문화예술의거리 골목 구석구석에 저마다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 선물처럼 숨어 있다. 근대의 뾰족한 삼각 지붕을 얹은 상가부터 낡은 담벼락을 갤러리 삼은 흑백사진, 셔터에 ‘가업을 이은 멋진 가게’라고 적어둔 정다움까지 소소한 즐거움이 꽃핀다. 라디오 스튜디오 ‘이리블루스’에서 DJ가 틀어주는 신청곡을 듣고, 옛 교복이나 개화기 의상을 빌려 입고 색다른 추억도 남길 수 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신생반점’은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된장짜장을, 익산의 옛 지명을 딴 ‘솜리당’은 제과 제빵 명장이 특산물을 이용한 갖가지 빵을 선보인다. 단팥빵은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할 만큼 인기다.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주점도 선택의 즐거움을 더한다.

옛 삼산의원을 옮겨온 익산근대역사관


◇익산의 근대문화유산들

근대 풍경이 궁금하다면 익산 구 춘포역사(등록문화재 210호)에 들러보자. 춘포역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로, 1914년 대장역(大場驛)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큰 뜰’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일본인이 대규모 농장과 정미소 등을 운영한 지역이다. 1996년 춘포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당시 사용한 정미소와 농장 가옥이 남아 일제 수탈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역 내부에 춘포역의 역사와 마을 사람들의 빛바랜 기억을 담은 흑백사진 등이 전시된다. 앞마당에 있는 증기기관차 모양 미끄럼틀은 아이들에게 반가운 놀이터다.

춘포역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가면 달빛소리수목원을 만난다. 입구에 자리한 고목 ‘황순원 소나기 나무’는 소년 소녀가 비를 피했을 법한 커다란 구멍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풍긴다. 널찍한 잔디밭과 계절마다 피고 지는 갖가지 꽃이 로맨틱한 쉼터를 제공하고, 고풍스러운 카페와 아기자기한 포토 존도 있다.

익산 나바위성당(사적 318호) 역시 근대 모습이 남은 곳이다. 한국 천주교 초기에 세워진 성당으로, 1897년에 본당을 설립하고 1907년 건물을 완공했다. 입구부터 남녀를 구분했으며, 한식과 양식이 어우러진 외관이 아름답다. 성당 뒤쪽으로 난 십자가의길을 따라 화산 정상에 오르면 김대건 신부의 순교비가 있다.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1845년 이곳 나루터를 통해 우리 땅에 처음 발 디딘 것을 기념한 공간이다. 실제로 화산에서 멀리 금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식과 양식이 조화를 이룬 나바위성당의 아름다운 전경


◇여행메모

△여행 코스= 익산문화예술의거리→춘포역→달빛소리수목원→익산 왕궁리 유적→ 국립익산박물관→나바위성당→익산 함라마을 옛 담장

△가는길=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 방면→연무 IC에서 강경 방면→망성교차로에서 익산·함열 방면→다송사거리에서 고가차도 진입→다송교차로에서 전주·군산 방면→중앙지하차도에서 지하차도 진입→익산문화예술의거리

△잠잘곳= 인북로에 있는 반딧불이모텔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다. 동서로의 웨스턴라이프호텔, 마한로의 익산유스호스텔, 함라면의 함라한옥체험관 등이 있다.

△먹을곳= 중앙로의 신생반점은 된장짜장, 인북로의 솜리당은 단팥빵이, 중앙로의 김밥과 우동은 김마리오앤우동이 유명하다.

△주변볼거리= 익산교도소세트장, 고스락, 서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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