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학교 인근 PC방, 수강신청 성공 확률 더 높을까?

구자형 기자I 2019.08.02 00:15:29

수강신청 기간에 집 대신 PC방 찾는 대학생들
"학교와 가까워 통신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서버와 속도 차이 없으나…사양, 상품도 고려해야

인기 과목을 서로 쟁취하는 대학 수강신청.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모두 신청하는 '올킬'을 위해 학교 인근 PC방을 찾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번 수강신청도 PC방에서 할 생각이에요. 집에서 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친구도 있고, 전혀 쓸모없다는 친구도 있지만 일단 맡겨 보는 거죠”

대학교 2학년 권재호(가명·23) 씨는 다가오는 2019년 2학기 수강신청도 PC방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생들 사이에 “학교와 가까운 PC방일수록 서버 연결 속도가 빨라 수강신청에 성공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교양 과목을 듣고 싶다면 신청 당일날 서둘러 PC방에 가야 한다.

대학 수강신청 기간이 다가오면 권 씨처럼 학교 인근 PC방을 찾는 학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떠도는 소문처럼 학교와 가까운 PC일수록 서버에 연결되는 속도가 빠를까. 약 25km 거리의 자택과, 학교 인근 약 500m 거리의 PC방은 유의미한 속도 차이가 있을까. 컴퓨터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설명과 함께 팩트체크했다.

학교 서버와 PC방의 인터넷 업체 차이?

현재 KT를 비롯해 SK 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 등 다양한 업체가 유선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수강신청을 받는 학교 서버와 PC방이 같은 업체를 이용한다면, 둘 사이의 인터넷 패킷은 같은 국사를 거친다. 국사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마다 설치된 전화국을 말한다.

만약 업체가 같다면 타 업체보다 비교적 전달 경로가 짧아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문필주 평택대 정보통신학과 교수는 “업체가 다르다면 다소 딜레이 차이는 있지만, 눈에 띄게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수치상 아주 미세한 속도 차이는 있을 뿐,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집에 있다고 수강신청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 “연결 속도 차이는 크지 않아”

컴퓨터 네트워크 전문가들도 "학교와 가까운 PC방이라고 해서 유의미한 연결 속도 차이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태진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서버가 받는 방식에 따라서 ms(미리세크) 단위로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사람은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서버는 미세한 속도 차이를 인지할 수 있어도 수강신청 과정에 차이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필주 평택대 정보통신학과 교수도 수강신청에 지장을 줄 정도의 연결 속도 차이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문 교수는 “트래픽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이외 요소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인근 100m 거리 PC방과 30km 거리 자택의 지연 속도가 달라도 이 또한 수강신청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 문 교수는 “서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갑자기 서버에 몰리면 교내 컴퓨터실에서 수강신청을 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재훈 동국대 정보통신공학전공 교수는 “거리에 따라 유의미한 속도 차이는 없다”며 “속도 차이는 네트워크보다 응용 프로그램에서 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중 어떤 걸 이용하느냐에 따라 속도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상향 평준화된 라우터(Router)의 전송 기술도 PC방과 자택의 미미한 속도 차이에 한몫했다. 라우터는 분리된 전산망 사이를 지나야 하는 인터넷 패킷을 중계해주는 장치다. 인터넷은 패킷은 송수신 과정에서 라우터를 몇 차례 거치게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교수는 “패킷이 통과하는 라우터 수에 따라 속도 차이가 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라우터는 와이어 스피드(Wire speed)를 지원하고 있어 이 또한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인터넷 패킷이 라우터를 지나면 자동차가 방지턱을 지나듯 속도가 소폭 감소했다. 이 교수가 말한 와이어 스피드는 라우터가 통신 케이블의 속도를 그대로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만약 라우터에서 기가 인터넷 '1Gbps'까지 와이어 스피드를 지원한다면, 그 이하 속도의 케이블을 타고 온 패킷은 라우터를 통과해도 느려지지 않는다.

사양, 상품에 따라 PC방 필요한 경우도

한편 서버 연결 속도가 아닌 다른 이유로 PC방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살펴봐야 할 점은 컴퓨터 사양과 인터넷 상품 차이다.

PC방은 게임용 고사양 컴퓨터를 구비하고 있어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보다 반응 속도가 훨씬 빠르다. 만약 가정용 컴퓨터가 PC방 컴퓨터보다 사양이 현저히 낮다면 PC방에서 수강신청을 할 때 유의미한 차이를 느낄 수도 있다.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상품도 PC방 이용 여부를 좌우한다. 통신 3사는 물론 지역 인터넷 업체까지 어떤 요금제를 쓰느냐에 따라 인터넷 속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빠른 Gbps 단위 기가 인터넷부터 Mbps 단위 인터넷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다. 가정에서 속도가 느린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면 수강신청 당일 PC방을 찾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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