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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가보니..응찰자 15명 '우르르'

양희동 기자I 2014.01.28 07:15:50

좌석없어 통로까지 입찰자로 '북적'
두번 유찰돼야 몰리던 중소형 아파트..한번 유찰되면 바로 팔려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히장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응찰자 수가 늘고 낙찰가율도 상승세다. 집값 상승 기대담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 모습.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집값이 이제 바닥인 것 같아 이참에 경매로 괜찮은 아파트를 구해볼 요량으로 이곳에 왔어요.”(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모씨)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211호 입찰 법정에는 아파트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법정 안에 마련된 154개 좌석은 이미 1시간 전부터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고, 출입구 앞에는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30여명이 서서 경매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경매장을 찾은 입찰자들은 앳된 외모의 20대 젊은층에서부터 손자를 데리고 온 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서울 강남권 매물이 주로 나오는 중앙지법 경매법정은 향후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란 점에서 주목된다.

투자할만한 상가 물건을 찾고 있다는 이수진(43·여)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매 법정에 빈자리가 꽤 있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앉을 곳이 없어 입찰자들이 좌석 사이 통로까지 들어찰 정도”라고 말했다.

잠시 후 입찰자들이 경매 입찰서를 모두 제출하자 법원 집행관이 각 물건별로 응찰자들을 불러내 최고가를 써낸 낙찰자를 하나씩 발표했다. 이날 입찰 경쟁률이 가장 높은 물건은 단연 중소형 아파트였다.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은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가의 반값인 물건에도 3~4명 정도 응찰한 반면 중소형 아파트는 물건당 최소 6명에서 최대 15명까지 몰렸다.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실제 낙찰가격은 감정가나 시세와 별 차이가 없었다. 11명이 응찰한 관악구 봉천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78㎡형(감정가 3억6000만원)의 경우 최모씨가 최고가 3억2732만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90%를 넘는다. 이 아파트의 현재 평균 시세는 3억4500만원 선이다. 감정가 8억원인 강남구 삼성동 롯데아파트 전용 84.87㎡형은 15명의 응찰자가 치열한 경합을 거친 끝에 7억3690만원(낙찰가율 92.1%)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 현재 시세( 7억7500만원)보다 불과 5%정도 싼 수준에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고객 유치를 위해 이날 경매 법정을 찾은 경매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소형 아파트라도 두 차례 정도 유찰돼 최저입찰가격이 감정가의 60% 선까지 떨어져야 응찰자가 몰렸지만 최근 들어선 한 차례만 유찰되면 바로 팔려나간다”며 “전세와 매매 수요가 모두 많은 전용 84㎡형은 입찰 경쟁이 치열해 감정가와 비슷한 가격에 낙찰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낙찰된 아파트 7곳 중 6곳이 한 차례 유찰된 물건이었다. 또 각종 호재로 매물을 구하기 어렵거나 감정가보다 현재 시세가 오른 물건은 낙찰가율이 90%를 넘었다. 감정가 7억원에 경매에 부쳐져 6억5120만원(낙찰가율 93%)에 낙찰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55㎡형의 경우 매매시장에서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낙찰가율 100%(4억4000만원)에 주인을 찾은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아이원아파트 전용 85㎡형은 현재 평균 시세가 감정가보다 5000만원 오른 4억9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낙찰받으려는 물건의 정확한 시세와 권리 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서울동부지법 경매에 나온 광진구 광장동 광장현대3단지 전용 75㎡형 아파트는 감정가(5억8000만원)보다는 싼 5억5641만원에 낙찰됐지만, 현재 시세는 5억1000만원선(4억7000만~5억5000만원)이다. 이 물건에 13명이 응찰하면서 시세보다 5000만원 가까이 비싼 값에 팔린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감정가는 경매 시점보다 최소 6개월 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 시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입지가 좋은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응찰자가 몰려 고가 낙찰의 위험이 있는 만큼 스스로 정한 적정가격을 지켜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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