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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확보' 불똥.."월급쟁이만 봉" 불만의 목소리

안혜신 기자I 2014.01.13 06:30:00

국세청 연말정산 부당공제 단속 강화
세법개정안 최고세율 과표구간 1.5억으로 하향
성난 민심.."대기업, 자영업자 조사 어려워 근로자만 잡나"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전업주부 A씨는 사업가인 부친의 회사에 직원으로 등록돼 있다.

물론 직접 업무를 해 본 적은 없다. 부친이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가 적지 않다보니 여기에 매겨질 세금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인 셈이다. A씨는 “불법적인 방법이라기보단 세무사의 조언대로 절세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연말정산을 하면서 그동안 인적공제(기본공제) 항목에 부친을 명기해왔는데, 국세청으로부터 난데없이 ‘부친의 수입이 있다’며 그동안 받은 공제액을 모두 반납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B씨 부친은 명예퇴직 후 7년째 소득이 없는 상태다. 확인을 해보니 4년 전 부친 명의의 단독주택을 판 게 화근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B씨는 “4년이나 지난 일로 몇 년간 받아온 공제액을 모두 토해내게 생겼다”며 “세금을 낸다는 사실보다 결국 성실하게 일하고 납세해 온 직장인들만 봉이라는 생각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세수확보에 전력을 다하면서 비교적 소득파악이 용이한 근로자에 대한 세부과 기준만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절세를 명목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 세금을 줄여나가는 전문직이나 고소득 자영업자 등에 비해 투명하게 세원이 노출되는 근로자들은 세부담 형평성 측면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크게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말정산 부당공제 단속범위 최근 5년까지로 늘려 잡아..“근로자 세금확보 강화”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연말정산 부당공제 단속범위를 기존 3년에서 4~5년 전까지로 늘려 잡았다. 조사대상이 연말정산 혜택을 받는 근로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근로자에 대한 세수확보를 강화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초 국세청이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기조를 밝혔다가 거센 반발에 시달리자 한발 물러선 것과 대비된다. 납세자 입장에선 만만한 근로자만 ‘봉’으로 보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근로자의 세 부담이 많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세법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이 맞지만, 기본적으로 근로자들의 억울함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 낮아져..“월급쟁이 상대적 박탈감 커져”

최근 국회에서 통과 된 세법개정안을 바라보는 월급쟁이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다.개정안에는 소득세 40%가 매겨지는 최고세율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구간을 연 소득 1억50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회사원은 “과표구간을 낮추는 것 자체는 찬성한다”며 “그러나 자영업자의 탈세가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성실하게 일하며 연봉을 끌어올린 월급쟁이에게만 불리하게 세금을 떼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역시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에서부터 나온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가 고소득 자영업자, 역외탈세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분야에 대한 조사를 더욱 철저히 진행하고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부담을 늘려 상대적인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안 교수는 “근로자들의 박탈감을 줄여주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동일 소득에 대해 세금 부담에 차이 나는 부분에 대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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