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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氣 살리자]규제 묶인 부동산 이대론 공멸한다

김동욱 기자I 2013.08.21 07:01:13

건설사 2000여곳 폐업..관련 종사자 40만명 실직
일감 없는 일용직 노동자 한숨 쉬는데 국회는 '뒷짐'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정부·국회가 서둘러 처리해야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가구·인테리어 등 주택·건설 연관산업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아현동 가구단지’ 전경. 주말에도 불구하고 찾는 손님이 없어 거리가 한산하기만 하다. (사진=김동욱 기자)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서 7년 째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5)씨. 그가 올 들어 성사시킨 매매 거래는 단 한건에 불과하다. 중개업소에 내걸린 아파트 매물은 몇 개월째 팔리지 않고 있다. 간혹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전·월세 관련 상담이다. 그렇다고 전·월세 거래가 잦은 것도 아니다. 기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귀해진 데다 값도 많이 올라 그나마 들어온 손님도 발길을 돌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무실 임대료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올 가을까지 버텨보고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아예 이 일을 접을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구단지’. 손님이 붐비는 주말에도 불구하고 가구단지로 이어지는 길목은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이곳에서 10년 째 가구사업을 하고 있는 이재준(48)대표는 올해 초 직원 2명을 해고했다. 일부 품목엔 50% 파격 세일 간판을 내걸었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다. 요즘은 한달 중 20일은 손님이 없어 공을 치기 일쑤다. 다달이 내는 월세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 대표는 10년 동안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한다.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져온 후폭풍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주택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동산 중개·가구·인테리어 업소 등 주택·건설 연관 업종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주택 대출금 때문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전·월셋값에 고통받는 ‘렌트푸어’, 전세난으로 촉발된 ‘미친 전셋값’ 등 각종 조어는 이미 일상어가 된지 오래다.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당장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서울·수도권 전셋값은 8월 셋째주 기준 52주 연속 올랐다.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을 떠나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이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 들어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를 받아들이는 세입자도 많아졌다. 현재 서울시의 전·월세 전환율은 6.3% 수준이다.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연 4% 초반)보다 2%포인트가량 높아 월세로 전환하면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월세 세입자가 2년 임대 계약시 전세에 비해 1000만원 가량 주거비용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는 고사 위기 직전이다. 2008년 1만2498곳에 달했던 건설업체는 지난해 1만233곳으로 확 줄었다. 같은 기간 건설업체에 종사하는 취업자 수는 31만여명이 감소했다.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 가해진 것이다. 주택·건설 연관산업도 사정이 좋을 리 없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지난해 1만6500여곳이 폐업했고, 10만여명이 종사하는 이사 업체는 40%가 문을 닫았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 역시 일감이 없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민생 문제는 외면한 채 이념 논리만 앞세운 정치권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같은 규제 완화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때마침 정부와 여당은 전·월세난 해소 방안을 포함한 거래시장 활성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데일리는 위기에 처한 건설·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시장 활성화 정책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 ‘건설산업 기(氣)를 살리자’를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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