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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730선에…20조 턱 끝까지 온 빚투

김인경 기자I 2024.05.16 05:00:00

신용거래융자, 13일 19조4183억원 기록
작년 2차전지 광풍 이후 20조원 '바짝'
증권사, 반값이자·무이자 제공하며 고객 모시기
"레버리지 양날의 검…반대매매 주의 필요"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가 2730선을 넘어선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빚투가 20조원을 향해 달리자 증권사들도 저마다 빚투 이자율을 낮춰주는 이벤트를 열며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418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과 견줘서는 1조8598억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8~9월 2차전지와 초전도체 광풍 이후 처음으로 신용융자잔고가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자금을 뜻한다. 주가 상승을 기대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 속에 반도체주의 신용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신용융자잔고가 최근 한 달간 470억원 늘어나며 최근 3250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주가가 잘 움직이지 않아 신용거래에선 자주 외면받는 삼성전자의 빚투 역시 최근 한 달 동안 435억원 늘어나며 5539억원에 이른다.

인공지능(AI) 붐에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전선주나 전력주의 신용융자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신용융자잔액은 최근 한달 사이 134억원 증가했고 LS ELECTRIC의 신용융자 잔액도 같은 기간 185억원 늘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하이스틸(071090)은 최근 한달간 신용융자잔고가 26억원에서 37억원으로 급증했고 조일알미늄의 잔고 역시 128억원에서 162억원으로 불었다. 미국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차 배터리 등 180억달러(24조651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3년에 걸쳐 상향한다고 밝혔다.

개미들이 다시 증시로 뛰어들자 증권사들도 이자율을 할인하며 투자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6월 30일까지 신용거래 7일물 이자율을 0%로 제공하는 ‘신용융자 1~7일물 이자율 0%’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연 4.8% 신용대출 금리를 90일간 제공하는 이벤트를, 교보증권은 180일 동안 4.5%의 대출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각각 진행 중이다. DB금융투자는 신용융자 신규 고객에 대해 7일간 이자율 0%를 제공하고, 이후 30일간 6.0%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통상 신용융자 이자가 9.0% 수준(31일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부담을 절반으로 낮춰주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거시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임을 고려, 빚투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승장을 기대하고 증시에 투자하는 개미가 많아진다는 것은 호재지만, 무리한 빚투는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적당한 레버리지는 증시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신용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보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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