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층에는 재산이 많아도 벌이가 없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행 노인빈곤율 통계가 부동산 등의 재산은 빼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노인빈곤율이 실제보다 큰 폭으로 부풀려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부풀려진 노인빈곤율 통계는 현실을 왜곡해 노인복지 정책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 빈곤과 정책 방향’에 따르면 2017년 포괄소득을 기준으로 한 노인빈곤율은 34.8%로 분석됐다. 보유 부동산 연금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26.7%까지 떨어진다. 이는 가처분소득만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통계청의 공식 노인빈곤율(42.3%, 2017년)보다 각각 7.5%포인트와 15.6%포인트나 낮다. 노인들이 보유한 주택 등의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주택연금 등에 가입해 월세나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노인빈곤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46.5%)이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에 37.6%로 10년 만에 8.9%포인트 하락했으며 2017년과 비교해도 불과 4년 만에 4.7%포인트 낮아졌다. 만약 가처분소득 이외에 포괄소득이나 보유 부동산 연금화 등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이 비율은 20%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가처분 소득만을 기준 삼는 현행 통계에는 재산이 많은 ‘가짜 빈곤층’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60대의 주택 소유자 비중(46.9%)은 전체 연령층(30.1%)보다 월등히 높다. 류근관 교수(서울대 경제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자산(자산 상위 40%) 저소득(소득 하위 40%) 계층의 비율이 65세 이상에서는 45.2%나 된다. 극심한 부동산 선호 현상이 이 같은 통계적 오류를 증폭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다. 부풀려진 노인빈곤율 통계를 현실에 맞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다양한 보조 지표 개발 노력도 기울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