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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22만원·테슬라 10만원 자동차세 개정 시동[통실호외]

박태진 기자I 2023.08.05 07:00:00

‘배기량 중심 재산기준’ 4번째 국민참여토론에
수소·전기車 증가에 차량가액 상관없어…불합리 의견
참여 국민 82%가 “바꿔야” vs 반대 측 “정책 혼선 야기”
‘차량가액·운행거리 따라 세금 부과’ 대안 부상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대통령실이 자동차세를 메기는 기준을 국민들에게 묻기로 했다. 그간 자동차세는 차량 가격과는 상관없이 배기량을 기준으로 메겨왔다. 그러나 고가의 수소차와 전기차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전기차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국산 내연기관 차가 배기량이 크다는 이유로 2배가 넘는 자동차세를 내는 게 불합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 방안에 대한 제4차 국민참여토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비해 자동차 행정기준은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자동차세나 기초생활수급자격 뿐만 아니라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지원 등 여러 제도에서도 활용 중인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자동차세는 차량 용도와 종류에 따라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

영업용은 cc당 18~24원, 비영업용은 80~200원을 부과한다. 반면 배기량이 없어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분류된 수소차와 전기차 소유자는 정액 10만원을 낸다.

이 때문에 1억원이 넘는 수입 전기차의 자동차세가 국산 소형차보다 적다. 예컨대 2000만원대인 아반떼 1.6가솔린(약 1600cc)의 자동차세는 연간 22만원이고, 1억이 넘는 테슬라 모델X의 자동차세는 연간 10만원이다.

자동차 배기량은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의 수급 기준으로도 쓰인다. 낡은 차라도 배기량이 1600cc가 넘어간다면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이에 따라 사별한 남편이 물려준 중형 중고차를 보유할 수 없어 이를 팔고 다시 소형 중고차를 구매해야 하거나 다자녀 가정의 아버지로서 대형차를 렌트해 사용하다가 수급 자격이 박탈된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국민 10명 중 8명 정도는 관련 세재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4일 오후 9시 기준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따르면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에 대한 국민 의견은 추천 402건, 비추천 86건을 기록했다. 지난 1일 공개 토론에 부친 지 사흘 만에 82.4% 국민이 현행 자동차세 산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현재 대안으로는 배기량이 아니라 차량 가액과 운행 거리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안이 유력하다. 대통령실은 익명의 제안자가 “자동차세의 취지를 재산 가치와 환경 오염, 도로 사용 등을 감안한 세금으로 이해한다면 배기량이 아니라 차량 가액과 운행 거리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보내줬다고 전했다.

반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재 개편 반대 측에서는 배기량 기준이 재산과 환경오염 등 자동차가 지니는 복합적 성격을 골고루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또 그간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세제 혜택을 주며 장려해 왔는데, 이제 와 세금을 올리는 건 정책 혼선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자동차세를 메기는 기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사회적, 산업적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국민의 여론을 분석한 후 ‘국민제안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어떤 권고안을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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