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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민감주, 수출 물꼬에 '넥스트 2차전지' 될까

김인경 기자I 2023.03.15 05:31:00

코스피 실적전망치 하향 속 '수출 증가주' 강세
美 수출 늘어난 車 ·2차전지 1분기 주도주로 반짝
경기민감주, 中 양회 실망감 속에도 2Q 기대감
중동 인프라투자도 확대 …"철강 ·기계 비중확대"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투자 심리가 위축하는 가운데 상장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 하향 역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바닥을 찍고 개선하고 있는 만큼, 수출 모멘텀이 있는 종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 주춤한 철강, 화학, 기계, 운송 등 경기민감주가 중국 수출이 살아나고 중동 인프라투자 수혜를 받으며 하반기 본격적인 상승가도를 탈 것이란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수출 늘어난 車·2차전지, 주가도 고공행진

14일 퀀트와이즈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81조1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한 달 사이 1.5% 쪼그라들었다. 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1.3% 줄어들어 135조1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전망치가 감소하는 속도는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실적 전망치의 하향은 이어지고 있다.

증시의 기반이 결국 기업 실적인 만큼,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지수가 오를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도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종목은 있다. 특히 글로벌 교역이 서서히 살아나는 만큼, 수출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물론 한국의 수출은 아직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무역 역시 53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12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월간 기준 7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수출이 늘어난 업종도 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7.1% 증가한 56억 달러로 월간 역대 수출 1위 기록을 작성했다. 같은 기간 2차전지 수출액은 25.1% 불어나 2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수출이 늘어난 만큼 주가도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 대표업종인 현대차(005380)는 연초 이후 13.25% 상승하며 17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수출이 늘자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10조782억원으로 한달 사이 0.63% 올랐다. 한 달 사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74% 오른 기아(000270) 역시 주가가 연초 대비 28.67% 상승했다.

2차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닥 대장주이자 2차전지 기업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연초 이후 113.36% 급등하며 상승장의 주역이 됐다. 2차전지의 수출 호조세 속에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사이 1.00% 증가한 6060억원을 기록했다.

경기민감주, 하반기 중국·중동 바람 불까

이에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만한 종목에 선별적 투자를 하는 게 최근 장을 이길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윤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2차전지는 대미(對美) 수출에 힘입어 최근 주도주로 부각한 바 있다”면서도 “상반기까지는 대미 수출 전략이 유효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대중 수출주인 경기민감주로 관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직까지 철강이나 건설, 기계 등 경기민감주는 중국의 최대 정치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제시한 경기부양책이 기대만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경기는 조용히 살아나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1.4% 하락했지만 철근, 구리 등 원자재 가격들은 저점 확인 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철강, 화학 등 중국 수출 비중이 큰 경기민감주는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 이후 2분기께 두각을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동의 인프라 투자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 11월부터 수주가 시작된 네옴시티의 1차 완공 목표는2025년이다. 올해 중동 산유국들의 최종투자결정(FID) 시기가 다가온 만큼, 인프라와 관련이 높은 기계, 철강, 전력기기 등 경기민감주가 장기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對)사우디아라비아 수출에서 철강, 기계, 건설, 전력 기기 관련 품목 수출이 1년 전 대비 80~100% 증가하기도 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종목들이 주도주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면서 “가격 조정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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