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일을 하다 사망한 18세부터 24세 사이 청년의 44%가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했습니다. ‘배달사고’는 지금 청년들의 산업재해 사망 원인 1위로 꼽히고 있는데요. 집계된 사고보다 집계되지 않은 사고가 훨씬 많아 보입니다. 배달기사 사이의 경쟁, 일명 ‘전투콜’이 심해지면서 더 많은 배달을 시도하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 경우 산업재해 해당 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배달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배달기사에게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하는데요. 근로기준법 제2조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업무내용 결정 여부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적용 여부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나 감독 존재 여부 △근무시간과 장소 존재 여부 △자발적인 작업도구 구매 여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등 여러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배달기사는 소위 ‘플랫폼 노동자’로 사업장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가맹점이 위탁한 배달업무를 수행하고 배달수수료를 지급받고 있는 배달기사들도 꽤 많은데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 배달기사들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산재보상이 적용될 수도 있는데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특별규정에 따라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지 않아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일명 ‘특고종사자’에 해당하고 동시에 일정한 ‘전속성’이 있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고용노동부 고시(제 2017-21호)에 따르면 ‘전속성’이란 하나의 업체에 소속(등록)돼 그 업체의 배송업무만 수행하거나 하나의 업체 외 부분적으로 다른 업체의 배송 업무를 수행하면서 소속업체의 업무를 우선 처리하거나 소속업체가 정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인정하도록 명시돼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를 위한 특별규정을 둔 취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해 특수근로종사자들의 전속성 판단을 근로기준법 보다 완화해 해석했습니다. (대법원 2018.4.26.선고, 2017두74719)
다만 배달기사에게 근로자성이나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배달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배달하던 도중에 사고로 재해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겠지만 배달이 아닌 개인적인 용무로 운전 중 발생한 사고나 고의로 발생한 사고, 즉 13대 중과실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도 배달기사가 진로변경 도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사건에서 해당 사고는 배달기사의 위법한 진로변경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서울행법 2021.1.29.선고 2020구합54920) 배달사고의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까다로운 편입니다. 배달기사가 근로자성이나 전속성을 인정받기도 까다로울뿐더러 배달기사들의 잦은 교통법규 위반으로 해당 사고 자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택배원, 배달기사 등 특수형태근로(특고) 종사자의 적용제외 신청사유를 제외하는 법안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특고 종사자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이지만 사유와 관계없이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어 애초 취지와 달리 사업주의 권유 등으로 인한 오남용이 많았습니다. 개정될 법령에서는 질병이나 임신, 출산 등의 경우가 아니면 적용제외를 제한하여 사실상 폐지로 볼 수 있습니다. 배달기사들의 산재 인정 문턱이 조금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적절한 자격을 갖춘 배달기사를 채용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안전 조치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향후 증가할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법령 정비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