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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사재기' 열풍에 세계는 패닉…시작은 '잘못된 소문'

김민정 기자I 2020.03.19 00:04:00
호주 대형마트 콜스에서 화장지 코너가 텅텅 빈 모습(사진=독자 제공)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세계 곳곳에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 하면서 국내를 제외한 미국·유럽 등에서 ‘패닉 바이’, 이른바 사재기가 심해지고 있는데 특히 ‘화장지’ 사재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영국 유통업계는 신문 등 언론 광고를 통해 “코로나19로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호소하면서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화장지 개수도 제한했다. 상황은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백악관까지 나서 화장지 사재기를 멈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지난달 초 홍콩에서부터 시작됐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17일 한 마트 직원이 화장지를 옮기던 중 복면을 한 남자 3명이 그를 위협했고, 휴지 600개 등을 훔쳐가는 사건도 일어났다.

현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싱가포르, 일본,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국가비 유튜브 영상 캡쳐)
영국에 거주 중인 유튜버 국가비와 남편 조쉬는 최근 런던의 사재기 현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사재기로 냉동식품과 휴지, 각종 음식 판매대가 텅 빈 모습이 담겨있다.

두 사람은 “우리 동네에 있는 제일 큰 마트인데 저런 상태를 처음이다. 사람들이 패닉 상태라서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화장지 사재기가 벌어진 이유는 화장지와 마스크가 같은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가짜 정보가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 두 제품의 생산 원료는 완전히 다르다. 화장지는 펄프,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폴리에서터 등 합성섬유로 만든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염병의 심리학’ 저자 스티븐 테일러 브리티시 콜롬비아대 교수는 지난 9일 CNN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어떤 위험한 일이 닥쳐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은 손을 잘 씻으면 되는 일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게 된다”며 “위험하다는 인식이 특별한 조치를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대형 마트 화장지 코너(사진=AFPBNews)
소비심리 전문가들은 통조림이나 손세정제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휴지가 사라진 휑한 선반 사진은 위기 의식을 더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니티카 가그 교수는 ‘다 하는데 나만 빠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포모(FOMO) 증후군’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모 증후군은 자신이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두려움을 느끼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증상을 말한다. 포모는 애초 기업의 마케팅 기법에서 비롯됐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 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매진 임박’ ‘마지막 세일’ ‘한정 판매’ 등의 광고 문구가 그 일례다.

전문가들은 휴지 사재기 현상에 대해 “이 사람이 그것을 산다면, 내 이웃이 그것을 산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니 나도 그 무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나만 일단 살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로 발현된 결과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호주의 한 대형마트 화장지 코너(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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