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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파괴 시대다. 업종 간 전통적인 영역이 무너지고 생존을 위한 융합과 결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는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숍 인 숍(Shop in Shop)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숍 인 숍은 ‘가게 안에 가게’라는 뜻으로 패션 가게 안에 네일숍, 자동차 대리점 안에 커피 전문점처럼 이미 입주한 기존 매장에 다른 점포를 차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신설법인 수는 9944개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0%(97개) 줄어든 수치이지만,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도·소매업 창업 비중이 20.4%로 가장 많았다.
특히 청년층의 창업 증가가 눈에 띈다. 39세 이하 청년 창업은 2815개로 4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취업난 등으로 창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 창업이 늘면서 숍 인 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적은 창업비용으로 부담이 낮아서다. 숍 인 숍 비즈니스는 점포 비용을 수수료로 내거나 적은 임대료를 부담해 초기 부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기존 점포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홍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즉 예비 창업자의 초기 정착에 비용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사업 모델인 셈이다.
비타민하우스가 대표적이다. 2000년 설립한 비타민하우스는 약국 내 숍 인 숍 형태로 입점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했다. 첫 달 매출은 1500만원에 불과했지만, 설립 12년 만에 매출 1500억 원의 중견 기업으로 거듭났다. 약국 내 한 코너에서 시작한 비타민하우스는 TV홈쇼핑, 중국, 미얀마, 싱가포르 등 시장을 넓혀가며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유통 대기업도 숍 인 숍 모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쇼핑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 매장 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성이 낮은 탓에 신사업을 시도하기에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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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공동으로 운영하는 거점 주유소에서 택배 서비스인 ‘홈픽’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홈픽 서비스는 서비스 초기 일 평균 주문 건수가 3000건에 불과했지만 최근 1만 건까지 증가했다. 홈픽은 소비자가 택배를 신청하면 물류 스타트업인 중간 집하업체가 1시간 이내에 신청자를 방문해 물품을 거점 주유소로 옮기고, 이를 택배회사가 배송지에 전달하는 서비스다. 주유소는 빈 공간을 내주고 택배업체는 배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이득이다.
숍 인 숍 비즈니스 자체가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공간 공유기업 위드인샵은 지난해 숍 인 숍 중계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숍 인 숍 매물과 예비 창업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론칭 3개월 만에 1000건 이상의 매칭을 이뤄냈다. 등록 매물 건수도 2500건을 넘어섰다. 올 초에는 한국산업기술대 재학생으로 꾸려진 스타트업 찰리컴퍼니의 숍 인 숍 중계 플랫폼 ‘와우플리’가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선정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숍 인 숍은 기존 점포를 활용하는 까닭에 새롭게 점포를 여는 것보다 임대료 등에서 부담이 적다”며 “예비창업가는 사업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존 사업자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앞으로도 숍 인 숍 모델은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