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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理야기]②"막걸리, 맥주보다 좋은 술…세금 올려 판매마진 높여야"

강신우 기자I 2018.06.12 06:00:00

배중호 국순당 대표 인터뷰
4년간 개발 끝에 만든 1000억 유산균 막걸리
“막걸리 세금 낮아 ‘싼 술’로 인식해 아쉬워”
“향 첨가 막걸리 규제 풀어, 다양성 살려야”

배중호 국순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국순당 빌딩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 대표는 “막걸리도 다른 주류와 같은 세금을 매겨 비슷한 가격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1000억 유산균 막걸리,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유산균 발효 배양을 통해 개발한 국순당의 유산균 강화 프리미엄급 막걸리다. 5단 복합발효 공법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생성된 식물성 유산균이 막걸리 한 병(750㎖)에 무려 1000억 마리 이상 들어 있다. 일반 생막걸리 한 병에 1억마리 가량의 유산균이 든 것에 비하면 약 1000배 많은 셈이다.

5단 복합발효 공법은 두 번의 발효 과정 후 유산균이 증식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에서 세 번의 유산균 발효 과정을 추가로 거쳐 유산균을 1000억 마리 이상으로 배양시키는 방법이다. 4년간의 연구 끝에 효모 활성은 막으면서도 유산균이 늘어나는 발효 공법을 개발했다.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배중호 국순당 대표가 직접 제품명을 지었다. 이름이 직관적이어야 대중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만큼 애정이 깃든 제품이다. 배 대표는 오랜 연구 개발 끝에 시중에 내 놓게 된 막걸리가 ‘싼 술’로 저평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할 말이 많다.

막걸리는 소비자가격 대비 원가 비중이 높다. 맥주보다 비싸지만 탁주기 때문에 세금 자체가 낮아 최종 가격은 맥주보다 저렴해진다. 탁주는 5%, 맥주는 72%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막걸리도 다른 주류와 같은 세금을 매겨 비슷한 가격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격이 오르면 포장을 더 고급화할 수 있고 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더 투자할 여지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도 마찬가지다. 현재 막걸리를 취급하는 업소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업소 입장에서 같은 마진을 남긴다면 굳이 싼 술을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싼 술이라는 이미지에 업체도 마진이 얼마 남지 않으니 유통자체가 활발하지 않고 제조업체들도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결국 막걸리의 고급화나 전통주의 활성화가 어려운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막걸리의 세금이 낮은 것이 되레 독이 된 셈이다.

배 대표는 주세법상 탁주와 기타주류로 분류하는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주 제조기법으로 막걸리를 만들었지만 향을 첨가하면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주세법상 탁주는 농산물 원액만 사용해야 한다. 그 외 색소나 향료를 넣으면 기타주류가 된다. 주세는 탁주가 5%, 기타주류가 30%로 약 6배 차이가 난다.

문제는 유통망이 막히는 데 있다. 주세법에 따라 탁주, 약주 등은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판매하지만 국순당의 인기 막걸리 제품인 쌀 바나나, 쌀 복숭아 등은 기타주류여서 종합주류도매상이 취급해야 한다. 그동안 국순당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특정주류도매업자들이 쌀 바나나를 취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판로가 막히게 된다.

배 대표는 “막걸리도 젊은 층의 입맛이나 트렌드에 맞게 변해야 산다. 현 주세법 때문에 전통주를 현대화하려는 업체들이 개발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통주의 다양성을 위해 탁주에 사용 가능한 원료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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