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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면을 반토막으로 가르듯 세운, 한 사내의 머리 위로 집 한 채가 놓였다. 작정하고 집을 이고 선 사내 모습을 형상화한 건지, 어쩌다 보니 집을 이고 선 사내 모습이 만들어진 건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건 사내와 집 그 언저리에서 번져 나오는 기운이 경쾌하진 않다는 거다. 묵직한 무게감이 사내의 어깨를 구부정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 신하순(57·서울대 동양화과 교수)은 사는 일이 빚어내는 장면을 화폭에 옮긴다. 사람의 풍경이든, 사물의 정경이든, 여행의 풍광이든, 눈으로 또 몸으로 겪은 모든 삶이 대상이다. 다만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사생’과는 거리가 있다. 단순한 관찰을 필터링한 인상·감각을 깔고, 기억까지 뭉쳐내야 한 점 고즈넉한 전경이 완성되는 거다.
흔히 수묵으로 가둔 동양화·한국화의 빗장을 풀게 한 기법·재료의 공이 크다. 백자·목판·천 등을 들여 변화를 시도하는데, ‘모습’(2022)은 그렇게 아울러온 작가의 작업 중 하나. 언뜻 사내가 기록한 그림일기 한 토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길게 하루를 살았든, 짧게 일생을 살았든 그 ‘모습’들의 한 가닥이라고 하면 이상할 게 없다.
6월 11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아트레온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오늘 하루-나무, 탑, 사람’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수묵채색. 30×21㎝. 아트레온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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