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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장사 연초에 달렸는데 3월도…” 발등 불 떨어진 은행권

김정현 기자I 2022.03.22 05:00:00

1~2월 이어 3월도 가계대출 감소세 지속
이번달 가계대출 0.03%↓, 신용대출 0.94%↓
연초 대출해야 이자이익 거두는데…거꾸로 가
전세대출 완화 ‘도미노’…주담대·신용대도 완화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조건 완화에 나섰다. 가계대출 총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위기감을 느껴서다. 통상 은행 수익의 절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의 성패여부는 연초 대출실적에 좌우된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잔액기준)은 705조705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월말(705조9373억원) 대비 2317억원(-0.03%)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공모주 청약증거금 ‘변수’가 있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증가 일변도였던 가계대출은 올해 1월(-0.19%) 감소세로 전환한 뒤 2월(-0.25%)에도 줄어들었다. 이번달 말까지 집계를 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여전히 감소세다. 5대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한 정식 통계는 없어 파악이 힘들지만, 이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 3개월 연속 감소는 통계작성(2004년) 이후 처음이었다.

신용대출 상환→가계대출 감소 이어져

전체 가계대출 감소는 신용대출 상환 여파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1.12%)하기 시작해 1월(-1.80%)과 2월(-0.86%)에도 무섭게 줄었다. 지난 18일 신용대출 잔액도 전달말 대비 0.94%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11월 141조1338억원에 달했던 신용대출 총액은 18일 134조5778억원으로 3개월여 만에 6조5560억원(-4.65%) 급감했다.

통상 은행의 이자이익은 연초 대출에 좌우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연초 대출을 일으키면 1년간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연말에 대출을 하면 이자수익을 몇 달 거두는 데 불과해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타개책을 찾고 있다. 전세대출 완화조치를 취한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은 모두 130조원대로 규모가 비슷해 전세대출을 확대하면 신용대출 감소분을 커버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받을 수 있는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금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변경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위한 권고에 따라 한도를 축소했는데, 다시 이를 되돌린 것이다. 우리은행은 또 전세대출 신청기간도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전’에서 ‘잔금지급일이나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이내’로 완화했다.

우리은행 이어 신한도 전세대출 완화

신한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같은 전세대출 완화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완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농협은행은 일찌감치 전세대출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출 감소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 1월21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기존 0.60%포인트에서 0.80%포인트로 확대했고, 지난달 7일에는 다시 0.90%포인트로, 같은달 18일에는 1.00%포인트로 재차 확대했다.

대출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을 완화한 경우도 있다.

국민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지난 7일부터 내달 6일까지 인하한다. 변동금리는 0.2%포인트, 고정금리(혼합형)는 0.1%포인트씩 내린다. 신용대출 하락세를 막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1억5000만원으로 복원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우대 현상과 관련해 “은행이 올해 이자이익을 극대화하려면 대출이 연초에 집중돼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은행마다 대출 완화 정책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을 완화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반등이 있을지 걱정”이라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정 등 당국의 정책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5대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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