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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치원 혼란 점입가경..학부모들 "중복지원 적발 못 믿어"

조용석 기자I 2014.12.09 06:05:57

유치원마다 양식 달라 중복 지원 검증 어려워
홍보부족·오락가락 정책에 학부모들 혼란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 방안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절대 중복지원을 걸러낼 수 없다”며 교육청이 준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무제한으로 지원하던 기존 방식 대신 유치원을 나눠 추첨일별로 1회씩 4차례만 지원하도록 하는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안을 내놨다. 무차별 중복 지원으로 인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 유치원마다 양식 달라… 중복지원 검증 어려워

서울교육청의 유치원 개선안의 핵심은 지원 횟수 제한에 있다. 일부 학부모들이 여러 곳의 인기 유치원에 ‘묻지마 지원’을 한 뒤 빠져나가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개선안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날짜(4·5·10·12일)별로 1회씩 4번만 지원이 가능하다. 중복지원이 적발될 경우 당첨된 모든 유치원의 입학이 취소된다.

문제는 중복 지원자를 어떻게 적발하느냐다. 어린이집의 경우 원아모집 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보육정보포털’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중복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 어린이집은 일선 유치원에서 부모에게 직접 지원서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각 유치원에서 ‘보호자 이름’, ’원아 이름’, ‘원아 생일’을 받아 중복지원자를 대조해 가려내겠다는 계획이다.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시교육청의 궁여지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먹구구식 검증으로는 중복 지원자를 걸러낼 수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치원마다 지원 양식이 달라 대조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만3세 자녀를 둔 서울 강북의 황모(34)씨는 “유치원마다 접수양식이 달라 어떤 곳은 엄마 이름을 쓰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아빠 이름을 쓰도록 돼 있다”며 “교육청이 절대 중복지원자를 걸러낼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현장에서 수기로 인적사항을 받아 적는 곳도 있다”며 “수많은 오류가 날 텐데 제대로 중복 여부를 대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치원들은 시교육청의 허술한 시스템을 악용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지원 서류를 낼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 항목에 동의하지 않으면 시교육청이 명단을 요구해도 이를 핑계로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비인기 유치원의 경우 원아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돼 중복지원을 허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홍보 부족에 학부모들 혼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안을 발표한 뒤 유치원들이 특정 추첨일로 쏠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같은달 26일 긴급수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초 개선안부터 수정안까지 홈페이지 공지에 그쳐 조손 부모와 같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가정들은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동작구에 사는 신모(38)씨는 “이웃에 유치원 갈 아이를 혼자 키우시는 할머니가 있는데 추첨일이 같은 동네 유치원 2곳에 중복지원했다”며 “뒤늦게 중복 지원으로 합격이 취소될까 봐 노심초사하시는 데 보기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홍보 없는 ‘일방통행’이 당혹스럽긴 젊은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유치원 추첨일조차도 통합 정리된 것이 없어 학부모들은 유치원이 속한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중복지원자는 합격 취소한다’는 방침도 뒤늦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줬다.

한 학부모는 “관련 정보가 정리돼 있지 않아 뉴스와 엄마들 인터넷 커뮤니티만 찾아보게 된다”며 “시교육청이 충분한 홍보 기간과 사전고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급하게 정책을 실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지역 학부모 대부분은 “시교육청이 충분한 검증과 홍보도 없이 유치원 지원 횟수 제한 정책을 밀어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원아 모집 지원 추첨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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